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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고려아연과 손잡은 이유는?

헤럴드경제 전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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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고려아연과 손잡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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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늄 현대전 승패 가르는 야간전 핵심소재 주목
중국, 게르마늄 공급망 사실상 장악…대미수출 금지
김정관(왼쪽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김정관(왼쪽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방위산업 기업인 미국 록히드마틴에 전략 광물인 게르마늄을 장기 공급하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희소 금속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협력하는 첫 성공 사례로 고려아연이 한·미 산업안보 협력의 중요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울산에 2027년까지 짓는 공장에서 만든 고순도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 워싱턴DC에서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MOU는 고려아연이 중국·북한·이란·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제련한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하고 록히드마틴은 이를 구매하는 오프테이크(생산물 우선 확보권) 계약 체결을 추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계적인 방산기업이 한국 기업과 손을 잡은 이유는 게르마늄이 최첨단 무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광물이기 때문이다.


게르마늄은 야간투시경, 열화상 카메라, 적외선 감지기 등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야간전 핵심소재다.

특히 야간투시경이나 적외선 추적 장비로 적을 먼저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열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르마늄이 없다면 이러한 열상장비를 만들기 힘들다.


게르마늄은 중적외선과 원적외선파장 대역에서 투과율이 매우 높고 굴절률도 크기 때문에 적외선 광학장비의 렌즈와 창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전투기의 전자광학 표적 획득 시스템, FGM-14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 다양한 첨단 무기체계에 게르마늄을 활용한 적외선 장비가 사용된다.

문제는 중국이 게르마늄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르마늄은 광산에서 직접 채굴하는 광물이 아니라 아연이나 석탄재 등에서 부산물로 회수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게르마늄 생산과 공급은 아연 제련 강국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게르마늄 메탈 대미 수출국 1위는 중국으로 같은 기간 미국 수입량의 51%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했으며 2024년 대미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해 게르마늄을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과의 MOU는 록히드마틴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력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온산제련소는 2028년경부터 순도 99.999%의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연간 약 10t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연간 게르마늄 소비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상당한 물량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소재나 원료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프렌드쇼어링’이라고 부른다”며 “이번 MOU를 계기로 미국의 첨단 무기 개발에 한국산 원료, 부품, 장비 등을 공급하는 방산협력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