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실 점거 유일한 30대 오주현 씨 "독립운동 정신 계승"
김원일 씨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물려줄 것"
독립기념관장실 점거 농성 중인 김원일 씨(왼쪽)와 오주현 씨가 관장실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역사왜곡 청산 의지를 다졌다. /뉴스1 |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행동하라'는 선조들의 명령이었습니다"
지난 20일부터 독립기념관장실을 점거 중인 독립운동가 후손 오주현 씨(36)는 농성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 씨는 "처음 관장실 점거 소식을 들었을 때, 분노와 비장함으로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독립운동을 왜곡하는 발언이 공적인 자리에서 나왔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보고, 후손으로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직감했죠. 선조들이 행동하라고 명령하며 소환장을 보낸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창업을 준비 중이던 그는 계획을 미루고 독립기념관에 짐을 풀었다. 당시 동행한 13명 중 유일한 30대다. 열흘이 넘도록 어르신들과 노숙하며 동고동락하고 있다.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두려움은 없다.
"일상에서도 독립운동가 후손임을 자각하며 산다"는 오 씨는 "역사의 가장 치열한 자리에 선 조상들이 제게 물려주신 것은 '자유와 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라며 "지난 열흘 동안 역사를 지키는 일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어요. 자신이 곧 증인이자 실천자가 돼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오 씨 곁에는 독립운동가만 수십 명 배출한 안동 의성 김씨 가문의 김원일 씨(51)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50대에 접어들었지만 60~70대가 대부분인 후손들 사이에서는 청년에 속한다. 그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앞장서 '만주벌 호랑이'로 불린 독립운동가 김동삼 선생의 후손이다.
김원일 씨(오른쪽)가 지난 25일 관장실로 출근하려는 김형석 관장을 막아서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25.8.25/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
김 씨는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 1년도 안 됐어요. 우연히 독립운동 역사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저희 가문 어르신인 거예요. 자료를 찾아보며 독립운동 역사를 알게 됐어요. 아마도 앞에 나서지 않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가풍이 있는 데다가, 나라 지키는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늦게 깨달았지만 빠르게 학습했다. 가문의 독립운동사를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게 된 그는 지난 25일에는 관장실로 출근을 시도한 김형석 관장을 막아서고 역사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어르신들을 보필하며,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김 씨는 "어르신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깨닫는 점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계승하기 위해 점거 농성의 목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오주현 씨는 "광복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왜곡된 독립운동사와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잔재가 남아 있다"며 "조상들이 지켜낸 역사의 무게를 자랑스럽게 짊어지고, 그 무게를 삶의 등불로 삼아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삶을 살겠다"고 강조했다.
김원일 씨도 "독립운동가 김창숙 어른은 '역적을 그대로 두는 것도 역적'이라고 하셨다. 이제 그 말씀을 실천으로 옮기겠다"며 "역사 왜곡 세력을 단죄해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물려 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형석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관장실을 점거 농성 중인 오주현 씨(오른쪽)가 지난 25일 김형석 관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2025.8.25./뉴스1ⓒNews1 이시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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