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에 마련…"평생 숙원 공간, 현대미술 담론의 장으로"
하종현 아트센터 외부 전경 |
(파주=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접합' 연작으로 한국 단색화를 세계에 알린 하종현(90)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한 '하종현 아트센터'가 내달 1일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개관한다.
하종현은 단색화 '접합' 연작으로 전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마대를 잘라 캔버스로 만들고, 뒷면에 물감을 짠 뒤 밀대로 짓이겨 앞면으로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이란 독창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작품이다.
하종현예술문화재단은 하종현의 작품들과 함께 1960년대부터 실천해온 하종현의 예술 철학과 실험 정신이 담긴 여러 기록물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개관에 앞서 29일 기자들을 상대로 열린 프리뷰 행사에서 하종현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이자 하종현의 아들인 하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아버지가 평생 꾸던 가장 큰 꿈을 90세에 이루셨다"며 "단순히 기록물 보관을 넘어 관람객들이 한국 현대 미술의 중요 시점을 느끼고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의 불편한 몸인데도 휠체어를 타고 자리를 찾은 하종현 작가는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종현 작가와 하윤 이사장 |
연면적 2천967㎡(약 897평)의 아트센터는 3개 층 총 4개 전시장으로 구성됐으며 하종현의 작품 54점이 걸려있다.
1층 1전시장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만들어진 '접합'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2020년에 나온 '접합 20-200'은 다채로운 형식의 접합 작품 7개를 나란히 배치한 뒤 그 앞에는 바닥에 천을 깔고 철조망을 올린 대형 설치 작품이다.
철조망은 하종현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사물이다. 시대 저항의 의미이자 평면에 입체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다.
하종현 작 '접합 20-200' |
2층에 마련된 2전시장에서는 1960∼1970년대 초반 작품들이 전시됐다.
하종현은 대학 졸업 후 1960년대 초 앵포르멜(비정형 회화) 미술의 영향을 받았다. 갈색, 회색 등 어두운색의 물감을 두껍게 올려 고목의 표피나 전쟁의 상흔을 연상케 하는 회화를 주로 발표했다.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한 뒤에는 철사, 용수철, 신문지 같은 재료를 평면 위에 박거나 감싸는 등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자 억압된 당시 사회에 대한 상징적 고발이었다.
하종현 아트센터 전시장 전경 |
3층 3전시장에는 1976년부터 2021년까지 다양한 시기의 '접합' 연작을 선보인다.
1970∼1980년대 '접합'은 흰색과 흙색이 주가 되며 재료가 지닌 성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평론가들은 이때의 작품을 진흙과 거친 지푸라기를 바른 흙벽이나 한약재를 짤 때 삼베 사이로 나오는 진액에 비유한다. 1990년대 작품들은 움직임이 크고 활달한 붓질의 흔적을 부각해 작가의 '손맛'이 드러난다.
하종현 아트센터 전시장 전경 |
4전시장에서는 '이후접합' 연작을 볼 수 있다.
이후접합은 2010년부터 시작된 연작이다. 화려하게 색칠한 캔버스를 잘라 나무, 거울 등에 붙여 평면에 조각적 요소를 가미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접합이 물감의 물성을 살렸다면 이후접합은 바탕인 나무나 거울의 물성을 살린다.
하종현 아트센터 전시장 전경 |
하종현 아트센터는 작가 개인의 아카이브와 전시뿐만 아니라 강연, 세미나, 연구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며 동시대 예술 담론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당분간은 상시 오픈하지 않고 예약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개관일인 내달 1일에는 '제14회 하종현미술상' 시상식이 진행된다. 이 상은 작가가 홍익대 교수를 퇴임하면서 받은 퇴직금 등 사재를 출연해 만든 상으로 후학 양성을 위해 2001년 제정됐다.
laecor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