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영 정청래, 조국, 김민석, 박찬대…
李정부 당정 '대국민 통합메시지' 경고등
'중도정체성' '실용·통합’ 약속 실천해야
이달 초 전당대회를 치른 더불어민주당은 명실상부한 ‘당원의 정당’이 된 게 분명해 보인다. 정청래 후보가 박찬대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대표가 됐다. 여의도에선 박 후보를 선호한 이재명 대통령 직계그룹의 의중이 먹히지 않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재명 1극체제’라 불렸지만 지금 보니 ‘이재명의 당’이 아닌 ‘민주당 당원들의 당’이었다. 질적인 변화가 확인된 것이다. 단일체제로 정권교체의 산을 넘자 긴장도가 떨어진 탓일까. 당원들은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실천할 ‘도구’를 직접 취사선택해 ‘정치효능감’을 만끽할 주인이 된 것이다.
정 대표의 정치DNA는 ‘노무현 탄핵 역풍’을 끌어낸 열린우리당에서 비롯됐다. 당시의 기간당원제 개혁실험이 20년이 지나 실질적으로 뿌리내린 느낌이다. 요건을 갖춘 진성당원을 육성해 당원들의 의사가 정책과 노선에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정당개혁 이후의 오늘이 영 꺼림직하다. 열린우리당 실패의 교훈을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서다. 검찰·언론·사법 3대 개혁작업은 참여정부 당시 민심이반을 초래한 4대 개혁입법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귀중한 시기 우왕좌왕하며 개혁동력을 소진한 뼈아픈 과거를 기억한다면 지금 ‘속도’에 지나치게 쫓길 건 아니라고 본다. ‘말’로 리스크를 만들고 전선을 키우는 부작용이야말로 참여정부 초기와 판박이다. 안 그래도 판세가 좋은데 굳이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야당을 모욕해 협치의 명분을 저버릴 이유는 뭔가.
李정부 당정 '대국민 통합메시지' 경고등
'중도정체성' '실용·통합’ 약속 실천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3박 6일'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8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달 초 전당대회를 치른 더불어민주당은 명실상부한 ‘당원의 정당’이 된 게 분명해 보인다. 정청래 후보가 박찬대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대표가 됐다. 여의도에선 박 후보를 선호한 이재명 대통령 직계그룹의 의중이 먹히지 않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재명 1극체제’라 불렸지만 지금 보니 ‘이재명의 당’이 아닌 ‘민주당 당원들의 당’이었다. 질적인 변화가 확인된 것이다. 단일체제로 정권교체의 산을 넘자 긴장도가 떨어진 탓일까. 당원들은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실천할 ‘도구’를 직접 취사선택해 ‘정치효능감’을 만끽할 주인이 된 것이다.
정 대표의 정치DNA는 ‘노무현 탄핵 역풍’을 끌어낸 열린우리당에서 비롯됐다. 당시의 기간당원제 개혁실험이 20년이 지나 실질적으로 뿌리내린 느낌이다. 요건을 갖춘 진성당원을 육성해 당원들의 의사가 정책과 노선에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정당개혁 이후의 오늘이 영 꺼림직하다. 열린우리당 실패의 교훈을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서다. 검찰·언론·사법 3대 개혁작업은 참여정부 당시 민심이반을 초래한 4대 개혁입법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귀중한 시기 우왕좌왕하며 개혁동력을 소진한 뼈아픈 과거를 기억한다면 지금 ‘속도’에 지나치게 쫓길 건 아니라고 본다. ‘말’로 리스크를 만들고 전선을 키우는 부작용이야말로 참여정부 초기와 판박이다. 안 그래도 판세가 좋은데 굳이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야당을 모욕해 협치의 명분을 저버릴 이유는 뭔가.
정 대표 한 달을 범친명계 의원에게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뚜렷한 강성행보로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과 통합’에 힘을 뺀다는 느낌은 다들 얘기한다. 검찰개혁을 두고 대통령실과 주무장관, 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사실 아니냐. 극우성향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가 된 것도 정청래 효과 아니겠나. 다만 대통령이 그립감이 워낙 센 데다 정 대표도 실제론 강약조절이 능수능란한 정치인이라 아직 당정관계를 위험수위라 보는 의견이 다수는 아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년 정기국회 대비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당이 달라서인지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에 대한 민주당 측 불만은 두드러지고 있다. 총선과 대선 때 기여한 공을 인정하지만 “사면받고도 고개 숙이지 않고 대통령 지지율 깎아먹고 지금처럼 활개 친다면 우리의 부채의식도 없어진다”(수도권 의원)고 비난했다. 정치검찰의 표적수사로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고 공감하더라도 조 전 대표가 부각되는 건 위기로 느끼는 것이다. 비상계엄에 맞서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정권의 서사가 조국의 ‘내로남불’ 프레임에 희미해진다니 못마땅할 만하다.
지금 여권에선 때아닌 차기 경쟁이 점화된 모습으로 비친다. 정권 출범 두 달 만이니 초유의 풍경이다. 강한 개성으로 거대 여당을 지휘하는 정 대표, 대통령 사면에 극적으로 부활한 조 전 대표가 자리를 선점했다. 이에 맞설 친명그룹에선 ‘국정 2인자’인 김민석 총리, 이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이 입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대선 승리에 쐐기를 박은 건 민주당의 ‘중도보수 정당론’이었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 위해 한 표라도 모자란다며 호소하던 그때의 절박한 약속을 외면하면,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선명여당보다 실용노선 우위의 통합적 메시지 관리가 안 되면 대통령실의 정무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정이 따로 논 노무현 정부, ‘경제민주화’로 당선된 뒤 내팽개친 박근혜 정부를 떠올려보라.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 최대 고비인 한미 정상회담을 재난적 상황 없이 잘 넘겼다. 하지만 갈 길이 바쁘다. 국정을 성공시켜 국민에 보답하는 데 몰입해도 모자랄 판이다. 차기 경쟁으로 허비할 때인지 제대로 반문해보라.
박석원 정치국제부문장 spar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