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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민단체가 지적을 해도, 경찰의 수사를 받아도 이들의 '외유성 출장'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회 의원들 얘기입니다. 올해 출장도 뉴욕 관광지로 동선을 짜서 취재진이 문제를 제기했더니, "염려하지 말라, 잘해서 다녀오겠다."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다음 주 목요일 미국행이 확정된 서울 영등포구의회 출장 계획서입니다.
출장 경비만 1억 1천만 원입니다.
1명을 제외한 전체 구의원에 수행 공무원까지 22명이 9일간 떠납니다.
하루 평균 120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드는데, 공무 일정은 5건이 전붑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자연사박물관 등 대표적인 관광 동선들로 빼곡한데 "도시 속 공공공간 설계" "자연 친화 정책 접목"이라는 짧은 설명만 한 줄씩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출장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22년 당선되고 이듬해인 2023년엔 동유럽 3국으로, 2024년은 스페인으로 6박 8일씩 매년 꼬박꼬박 다녀왔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이 있었고 시민단체들이 나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들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영등포구의회 의원/2023년 5월 29일 : {징계 절차 진행 중인데 해외연수 어떤 목표로 가시는 겁니까?} …]
심지어 과거 출장과 관련된 비위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또 출장을 가기로 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권익위의 출장 실태조사에서 현지 버스 대절비를 허위로 청구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 의뢰된 건데 사실이라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구의회 실무자를 조사하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종 허가권자인 구의회 정선희 의장은 "수사 상황을 몰랐다"며 "이번 출장은 권익위 권고를 준수해 심사했고 관련 조례도 맞춰서 개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영등포구 공무출장 조례는 어제(28일) 개정됐습니다.
이미 출장을 결정해 놓고 논란을 의식해 뒤늦게 관련 조례를 개정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정선희/영등포구의회 의장 : {출장까지 정해진 상태에서 조례가 개정되면 유명무실해지는 거 아닌가요?} 조례 개정을 지금 하지만 거기에 맞춰서 우리가 계획을 했고 다 짰다는 얘깁니다. 너무 염려 안 하셔도 저희들이 잘 해서 갔다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마저도 개정된 조례는 이다음 출장부터 적용됩니다.
3년 연속 출장을 다녀오는 구의원들은 내년 상반기에 임기를 마칩니다.
[앵커]
사실 '외유성 출장'은 영등포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국 지방의회 97%가 출장 관련 수사와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상이 된 지방의원들이 오히려 권익위를 상대로 집단 반발하며 적반하장인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이어서 김산 기자입니다.
[기자]
권익위원회는 2022년부터 3년간 세금 355억 원이 들어간 지방의회 출장 915건을 전수조사했습니다.
거의 모든 출장에서 규정 위반을 적발했고, 일부는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유철환/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2024년 12월 16일) :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징계·환수·과태료 부과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징계 등 조치를 통보하고.]
이 결과 지방의회 87곳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고, 236곳은 관할 지자체로 감사가 의뢰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전체 의회의 약 97%가 수사 내지 감사 대상에 오른 겁니다.
그런데 수사 대상이 된 지방의원들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권익위에 항의하는 등 반발하는 탓에 권익위 내부에선 "업무가 어려운 수준"이란 말까지 돌았습니다.
결국 위원장 면담까지 이뤄졌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면담 기록에서 이들은 조사 결과에 사실상 불복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난 4월 위원장과 만난 전국 기초의회 협의회장단은 징계 의견 철회를 건의하더니 오히려 출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말라며 입단속에 나선 정황도 있었습니다.
광역의회 협의회장단은 지난 6월 면담에서 수사 의뢰 사항의 외부 공개를 지양해달라며 경찰 이첩 전 해당 의회에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권익위를 압박한 회장단이 의장으로 있는 의회들도 수사와 감사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협의회 측은 "권익위 조사가 과장된 내용이 있어 대응했다", "항의보단 오해를 풀기 위한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고 각각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자료제공 영등포시민연대 피플·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
[영상취재 정철원 이완근 영상편집 유형도 영상디자인 조영익]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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