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0년간 물방울을 그린 화가가 있습니다.
고 김창열 화백은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겪으면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일궈왔는데요.
물방울을 그리기 전부터 시작해 그의 예술 여정을 들여다보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이화영 기자입니다.
[기자]
간결한 배경 위로 맺힌 투명한 물방울.
작은 캔버스에도 선명하게 빛나는 물방울은 존재감이 뚜렷합니다.
50년간 물방울에 매진한 고 김창열 화백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1970년대 초반부터 2021년 타계하기까지 물방울에 집중했지만, 작가의 예술 여정은 그보다 앞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채도가 짙은 바탕색에 깊게 베인 틈 안으로 채워진 선들이 패인 흔적 같기도 한 작품은 작가가 '제사'로 이름 붙인 1960년대 초기작입니다.
전쟁이 남긴 상흔을 강렬한 붓질로 표현한 겁니다.
<설원지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 시기의 작품이 김창열 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바로 상처를 조형화하고, 이것이 결국 물방울의 근원적 원천이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훗날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6.25 전쟁 중에 중학교 동창 120명 중 60명이 죽었고, 그 상흔을 총알 맞은 살갗의 구멍이라고 생각하며 물방울을 그렸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작가는 뉴욕으로 건너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며 느낀 소외감 속에 전환기를 맞으며 기하학적인 추상에서 유기적 형상으로 점차 물방울에 가까워졌습니다.
1971년 마침내 그의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물방울. 작가는 파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리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확립했습니다.
김창열 회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영상취재 신재민]
[영상편집 김휘수]
[그래픽 방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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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hw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