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백의 역사', 무해하고 귀엽긴 한데 좀 심심해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 8월 29일 전 세계 공개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첫사랑에 들떠 하는 것도 귀여운데, 곱슬머리를 펴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이라니. 정말 무해하고 사랑스럽다. 98년도 세기말 감성을 소환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풋풋한 이야기에 마음이 동한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심심한 '고백의 역사'다.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감독 남궁선)는 1998년, 열아홉 소녀 박세리(신은수 분)가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두고 평생의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던 중, 전학생 한윤석(공명 분)과 얽히며 벌어지는 청춘 로맨스다. '힘을 낼 시간'​으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고,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남궁선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 공명과 신은수가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신은수와 공명이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1998년 부산, 열아홉 세리는 악성 곱슬머리가 인생 최대 고민이다. 짝사랑 전문 세리에게는 아직 못다 한 고백이 하나 있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로 학교 인기남 김현(차우민 분)에게 멋지게 고백하는 것이다. 하지만 효과만큼이나 어마무시한 스트레이트 파마 가격이 그녀를 막아선다.

서울에서 전학 온 윤석은 등교도 하기 전,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위기에서 곱슬머리 소녀의 도움을 받는다. 생명의 은인인 그 소녀가 바로 같은 반, 세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석은 얼떨결에 세리의 일생일대 짝사랑 고백 대작전에 끌려들고 만다. 그렇게 반짝이던 그 시절, 우리만의 짝사랑 고백 대작전이 시작된다.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는 청량하다. 특별한 빌런 하나 없이 무해하고 사랑스럽다. 요즘 흔하게 등장하는 일진, 학교폭력도 없다. 그저 98년도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소년, 소녀들의 좌충우돌 우정기와 연애담이 극을 꽉 채운다. 세리의 콤플렉스는 오로지 악성 곱슬머리. 이 때문에 자신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김현에게 고백하기 전 머리를 펴야겠다는 일념 하나만 가득하다.

이 곱슬머리에 대해 남궁선 감독은 "외모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든 10대 소녀들의 사춘기적 불안에 바치는 절절한 헌사"라고 말한다. 세상이 정한 드높은 기준에 한탄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한숨짓던 그 나이대의 어리석은 고민을 세리의 곱슬머리에 투영한 것.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고, 지금이야 헤어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시대지만 그 당시 세리와 같은 10대 소녀들에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고 큰일이다. 특히 그 시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학생이라면 "내 얘기야"라고 할 정도로 공감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세리에게 늘 지금 모습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윤석의 응원과 위로는 그 자체로 묵직한 힘을 가진다.

배우 신은수와 공명이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공명이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고백의 역사'의 미덕 중 하나는 자극적인 소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짝피구, 수학여행 등 학교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 속 맑은 청춘들이 밝게 빛난다.. 그 중심엔 신은수와 공명이 있다. 사투리 연기를 위해 대본을 통으로 다 외웠다는 신은수는 98년도 세리의 옷을 완벽하게 입고 러블리 매력을 발산한다. 어떤 행동을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세리가 콤플렉스라고 말하는 곱슬머리마저 너무나 잘 어울려서 오히려 미스 캐스팅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 그만큼 신은수가 세리여서 다행이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힘이 크다.

공명 역시 낯선 부산으로 전학을 와서 세리와 친구들에게 점차 동화되고 익숙해져 가는 윤석을 유려하게 연기해냈다. 어색함에 쭈뼛거리면서도 세리를 향한 진심을 표현하는 그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다.

김현 역 차우민, 성래 역 윤상현, 솔지 역 최규리, 하영 역 이소이, 다울 역 손희림, 인정 역 강미나도 가람고등학교 학생으로 변신해 그 시대 감성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학교생활이 정말 즐거웠겠다는 생각이 드는 조합이다. 여기에 박정민, 공유, 정유미가 특별출연해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워낙 90년대 감성을 담은 청춘 로맨스물이 많이 만들어졌다 보니 곱슬머리를 제외하고 '고백의 역사'만의 큰 한 방이 없다는 점이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공감도 되지만 어딘지 모르게 흐릿한 파스텔톤이라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청춘 배우들의 싱그러운 매력이 가득하고, 2시간 동안 추억을 제대로 소환하는 청춘 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는 참 반가운 작품이다.

8월 29일 넷플릭스 공개. 러닝타임 118분.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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