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림 기자]
Z세대가 만든 '내시피(나의 레시피)' 문화가 식품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기존 제품을 나만의 방법으로 변형해 즐기고 SNS에 공유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브랜드의 정식 신제품으로 재탄생하며 기업 전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기업이 소비자의 레시피에서 영감을 얻는 '참여형 신제품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나만의 레시피가 히트상품으로
Z세대가 만든 '내시피(나의 레시피)' 문화가 식품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기존 제품을 나만의 방법으로 변형해 즐기고 SNS에 공유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브랜드의 정식 신제품으로 재탄생하며 기업 전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기업이 소비자의 레시피에서 영감을 얻는 '참여형 신제품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나만의 레시피가 히트상품으로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SNS에 '내시피'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제품 '환타 멜론'을 활용한 이색 레시피가 화제다. 얼린 환타 멜론에 멜론 가니쉬를 얹으면 손쉽게 알코올 없는 칵테일 '목테일'이 완성된다. 인증샷 욕구를 자극하는 비주얼과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간편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SNS에서 인기를 끈 레시피가 실제 신제품 출시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버거킹이 선보인 디저트 메뉴 '킹플로트(닥터페퍼 제로)'가 그 주인공이다. 닥터페퍼 제로 위에 밀크 선데이를 올린 디저트로, 짜릿한 탄산과 부드러운 달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해외 Z세대 틱톡커들 사이에서 유행한 레시피가 국내에 확산되며 결국 제품화까지 이어진 제품이다.
써브웨이도 이같은 흐름에 탑승했다. 써브웨이 샐러드에 또띠야를 곁들여 타코처럼 싸 먹는 소비자 레시피가 SNS에서 주목받자, 써브웨이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해당 레시피를 정식 메뉴로 선보였다. 풀드포크 타코 샐러드와 스파이시 쉬림프 타코 샐러드로 구성했고, 샐러드와 함께 제공되는 통밀 토르티야로 타코처럼 먹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 결과 타코 샐러드는 출시 일주일 만에 예상 수량 대비 400% 이상 판매됐고, 예상보다 빠른 재고 소진으로 써브웨이는 지난 22일부터 배달 플랫폼 등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직접 '내시피' 열풍에 올라타 레시피를 개발하고 콘텐츠를 공개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은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음료개발팀 직원들이 직접 추천하는 커스터마이징 레시피 영상을 선보였다. 특히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에 자바칩 토핑과 카라멜·클래식 시럽, 초콜릿·카라멜 드리즐을 더해 컵빙수처럼 즐기는 이색 레시피가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야근 시 어울리는 음료로는 리스트레토 샷 2개를 추가한 밀크카라멜 라떼를, 숙취 해소용으로는 유자 민트 티에 블론드 샷을 곁들인 조합을 제안했다.
기업 출시 전략으로 자리매김
내시피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최근 소비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토핑경제'와 궤를 같이 한다. 토핑경제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추가적이거나 부수적인 요소인 토핑이 더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것를 의미한다. 즉, 제품의 기본은 동일하더라도 어떤 조합을 하느냐에 따라 소비 경험과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소비자들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여러 요소를 다양하게 조합해 자기만의 최적 조합을 만들어내곤 한다"며 "또 넣고 빼기 손쉬운 모듈형 토핑을 활용해 상품을 그때그때 변형하는 것을 즐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기업들도 신제품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도해 제품 콘셉트를 정하고 소비자 반응을 나중에 확인하는 '일방향'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먼저 SNS를 통해 레시피를 제안하고 기업이 영감을 받아 신제품에 직접 반영하는 '쌍방향'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조합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낮고, 소비자는 자신의 레시피가 실제 제품이 되는 과정에서 높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신제품을 내놓았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먼저 만든 조합이 시장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윈윈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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