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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거느린 시진핑, SCO·열병식서 '세계적 지도자' 부각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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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거느린 시진핑, SCO·열병식서 '세계적 지도자' 부각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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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심 국제 질서 재편하는 지도자 이미지
SCO서 러시아·인도와 에너지 수입 논의할 듯
관영매체 "중국의 힘 커져야 평화 희망 커져"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0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0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이 이번 주말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이어 내달 3일 항일전쟁 승전(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등 대규모 외교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며 북한·러시아·이란 등 주요 우방국 정상을 안방으로 불러 모은다. 반서방 진영 정상들이 중국에 집결한 모습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력을 과시하며 '세계적 지도자' 이미지 부각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다음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는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한다"며 "이는 서방에 대한 단결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 등 각각 핵 개발·우크라이나 전쟁·쿠데타 군부 독재 등의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해외 정상들이 베이징에 총집결하는 것이다.

특히 행사 하이라이트인 시 주석이 톈안먼 성루에 반서방 지도자들과 함께 올라 열병식을 관람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미국 중심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선전할 전망이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부교수는 "시 주석은 자신이 중국 내에서 여전히 강력하고 영향력 있으며, 호평받고 있다는 점을 (서방에) 과시하려 한다"며 "과거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우러러 보며 지도자의 전형으로 여겼지만, 이제 그가 세계적 지도자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세계의 리더'를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영국 BBC 방송은 김 위원장 초청을 통해 "시 주석이 '카드'를 누가 쥐고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준 것"이라 평가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힌 것을 강조하면서 "시 주석이 김정은과 푸틴 두 사람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기는 해도 트럼프보다는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러시아, 인도 등 고립 국가들 에너지 대응 모색도


고립된 국가들이 중국을 통해 서방 제재를 외교·경제의 탈출구로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31일부터 이틀간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는 푸틴 대통령은 물론 최근 미국으로부터 50% 보복 관세를 맞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한다. 7년 만의 방중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 수출국이다. 28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 3개국 지도자들이 SCO 정상회의에서 만나 물밑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대한 공동 대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주요 외교 행사를 앞두고 중국은 '미국 때리기'를 이어갔다.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일방주의와 패권, 횡포, 괴롭힘 행위는 심각한 해를 끼치며, 인류는 다시 한번 단결인지 분열인지, 대화인지 대립인지, 상생인지 제로섬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세계 평화에 대한 희망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서방에 대항하는 평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일방주의'와 '횡포', '괴롭힘' 등은 통상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행위를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