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증거 조작이 밝혀진 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같은 피해자가 바라던 검찰 개혁이 이루어졌나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변한 게 있어요? 저는 이 사회에 묻고 싶어요.한때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우성 씨. 그는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자행된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다. 그가 지난 10년 넘게 겪은 일들은 검찰권 오남용의 피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쥐고 그의 인생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 -유우성 씨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검찰은 여동생을 협박해 얻은 진술로 그에게 간첩 혐의를 씌웠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유 씨가 무죄를 받자 검찰은 즉시 다른 혐의를 끄집어내 기소했다. 대법원은 2021년 10월, 사법 사상 처음으로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못 박으며 검찰의 행위를 ‘보복 기소’라고 판결했다.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자행된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
유우성 씨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검찰에 의해 빼앗겼다고 말한다. “그 검사들의 이름을 들으면 억울하게 당했던 그 시간들, 구치소에 수감됐던 시간들, 버텨야 했던 억울함들이, 너무 뼈져리게 기억이 난다”며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검찰을 원망하고 있었다.
정부와 여당 이견 속, 검찰 개혁은 견제, 균형 통제 아래 놓는 조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중대범죄수사청 법무부 설치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장관의 주장에 보수 언론들이 동조하며, 검찰 개혁 신중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며 검찰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어떤 일들을 벌였는가. 검찰 권력은 시행령을 고쳐서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를 비롯한 언론인들을 재판에 넘긴 전력이 있다. 보완수사권만 하나로도, 검찰은 언제든 그 무소불위의 권력을 되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부부의 호위 무사, 검사 심우정과 이창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구치소를 빠져 나온 윤석열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거리를 활보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내란 수괴 윤석열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검찰이 내란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12·3 내란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하는 과정에서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비화폰 압수수색도 시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위해 내란 세력과 사전 소통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최근엔 12·3 비상계엄 당시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계엄수사를 위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고, 계엄 당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지난 25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내란 특검의 강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윤석열의 내란에 검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
내란 과정에서 검찰이 조금만 더 검찰스러웠더라면, 정의로웠더라면 진실을 밝히는 데 시간이 많이 단축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내란 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모습, 정치 검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오로지 윤석열 호위무사 그 자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의 여죄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된다, 감춰진 게 너무 많습니다.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지난 7월, 퇴임사를 통해 새 정부의 검찰개혁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이 검찰총장 시절 저질러온 행태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검찰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지내왔습니다. 검찰의 공과나 역할에 대해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옳은 길이 아닙니다.김건희 무혐의에 "아무사건이나 압색하지 않는다" 이창수, 대선 전 사표
- -심우정 검찰총장 퇴임사(2025.7.2.)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무 사건이나 압수수색하지 않는다”며 김건희 무혐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건희의 주거지를 비롯한 사무실과 휴대폰 등에 대한 강제수사도 시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이창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아무 사건이나 압수수색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정당한 수사, 무혐의 처분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창수 전 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윤 라인으로 꼽힌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던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에 임명되어 손발을 맞췄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엔 성남지청장을 거쳐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했다. 성남지청장 시절엔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FC 사건을 수사했고, 전주지검장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취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팀 당시 촬영된 모습. 왼쪽이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 오른쪽에 한동훈 검사와 그 뒤로 조상원 검사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해 12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부장검사는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부실 수사 등의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됐다. 하지만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검찰의 부실수사는 인정하면서도 탄핵 사유로는 인정하지 않으며 이들의 탄핵을 기각했다. 직무에 복귀한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차장검사는 대선을 2주 앞둔 시점 사의를 표명했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감찰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사직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윤석열 파면 뒤 시작된 도이치모터스 재수사, 검찰의 권력 줄 바꾸기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최초 보도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4년이 넘게 수사해도 나오지 않던 증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무더기로 발견되는 건 단순한 우연일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았던 김건희가 처음으로 공개 출석 조사를 받던 날. 5년 전 김건희의 주가 조작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도 그 모습을 지켜봤다. 검찰이 윤석열 파면 후 김건희를 재수사하며 새로운 증거를 쏟아내는 상황을 그는 어떻게 지켜봤을까? 심인보 기자는 "김건희가 법의 심판대에 서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신들의 수장이자 당시의 최고 권력이었던 윤석열의 눈치를 보면서 몇 년 동안 사건을 뭉갰습니다. 그런데 권력이 바뀌자마자,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한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개가 주인을 물지 못하다가 주인이 힘이 없어지니까 물어보겠다고 덤비는 이런 상황이었던 것이죠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피의자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의 경우에는 사건을 덮어줌으로써 그 권력에 추종을 하고 또 한편에서는 그 피의자의 권력이 사라지거나 또는 사라질 조짐이 보일 때, 새로운 권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보일 때 이 새로운 권력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짐작을 해서 그에 복종하는 또는 미리 그 권력의 의지에 충성함으로써 또는 봉사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예고된 종말, 검찰은 과연 몰락할 것인가
-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참여연대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법안 공청회에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개혁으로 인한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했다.
검찰을 없앤다고 그래도 대통령과 정치권력이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인사권이 남아 있는 한 정치 검찰은 없어지겠지만 정치 경찰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서울고검장을 지낸 김후곤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 - 김종민 변호사 / 전 검사
만약에 인위적으로 분리하면 민생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검사에게 피해를 호소하는 것, 피해자가 검찰에 송치된 경찰 사건에서 ‘나는 이렇게 억울한데 검사님이 좀 더 보살펴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길이 사라지는 거예요.
- -김후곤 변호사 / 전 서울고검장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꾸려 검찰개혁 입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런 와중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견을 내면서 정부와 여당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과연 추석 전 검찰개혁 완수라는 여당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검찰 정상화이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권 남용을 통해서 벌였던 행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하는 부분이고 수사와 기소를 온전하고 완전하게 분리한다라고 하는 그런 방향성을 담고 있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기관 재편, 기관 신설, 이런 문제라서 여당 입장에서 혼선 없이 잘 안착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점검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한다면, 지연시킬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 - 이용우 의원/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위' 간사
검찰과 같은 오래된 권력을 개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융실명제나 하나회 해체처럼 속전속결이 맞습니다. 큰 그림의 개혁은 속전속결의 과정을 통해서 하되 이렇게 바뀌었을 때 우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거기에 빠지는 부분이 무엇이고 과잉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각론들을 만들어야 될 거예요.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스스로 권력을 꿈꾸다 몰락을 자초했다. 결국, 검찰 해체는 국민적 열망이 되었다.
-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참여연대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전 검찰개혁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과연 검찰은 해체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을까.
뉴스타파 뉴스타파 다큐팀 docu@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