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8억 과징금 통신업계 우려
"고의성·영리 목적 없는 해킹 사고
예상 밖 규모에 산정 기준도 모호"
AI 등 투자 재원 마련에 경보음
SKT "소명 반영되지 않아 유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4월 일어난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SK텔레콤에 역대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규모도 예상 밖이고 그 산정 기준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또 SKT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이 과징금으로 나가게 됐다.
28일 개인정보위는 전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SKT에 과징금 1,347억9,100만 원과 과태료 960만 원을 부과하는 제재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4월 22일 SKT의 비정상 데이터 외부 전송을 인지한 뒤 집중조사 태스크포스를 꾸려 석 달 동안 조사한 결과 "이동통신 주요 네트워크·체계 관리 소홀로 2,306만 명 규모의 개인 정보가 빠져나갔다"고 결론냈다.
당장 형평성 논란이 나온다. 개인정보위는 2022년 고의적이고 영리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침해한 구글과 메타에 대해 각각 692억 원과 308억 원 과징금을 내도록 했다. 반면 SKT 해킹 사고는 고의성과 영리 목적이 없는 해킹 '피해'였는데도 구글의 두 배 수준이다.
"고의성·영리 목적 없는 해킹 사고
예상 밖 규모에 산정 기준도 모호"
AI 등 투자 재원 마련에 경보음
SKT "소명 반영되지 않아 유감"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회 전체회의 안건 관련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4월 일어난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SK텔레콤에 역대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규모도 예상 밖이고 그 산정 기준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또 SKT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이 과징금으로 나가게 됐다.
과징금 '형평성 논란'... "기준 다시 따져 봐야"
그래픽=박종범 기자 |
28일 개인정보위는 전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SKT에 과징금 1,347억9,100만 원과 과태료 960만 원을 부과하는 제재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4월 22일 SKT의 비정상 데이터 외부 전송을 인지한 뒤 집중조사 태스크포스를 꾸려 석 달 동안 조사한 결과 "이동통신 주요 네트워크·체계 관리 소홀로 2,306만 명 규모의 개인 정보가 빠져나갔다"고 결론냈다.
당장 형평성 논란이 나온다. 개인정보위는 2022년 고의적이고 영리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침해한 구글과 메타에 대해 각각 692억 원과 308억 원 과징금을 내도록 했다. 반면 SKT 해킹 사고는 고의성과 영리 목적이 없는 해킹 '피해'였는데도 구글의 두 배 수준이다.
202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T모바일에서 1억 건 이상 개인 정보가 유출됐을 때 1,575만 달러(약 216억 원), AT&T에서 890만 건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갔을 때 1,300만 달러(약 178억 원) 수준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FCC는 T모바일이 벌금과 같은 규모의 금액을 2년 동안 정보보호 투자비로 쓰라고 지시했다. 벌금 액수만큼 정보 보호에 투자하도록 해 개인 정보 보호라는 목표 달성에 나선 셈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과징금은 해외 사례와도 형평성이 맞아야 하고 국내 기업들끼리 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GI 서울보증보험은 13테라바이트(TB) 규모의 개인 신용 정보를 유출했는데도 최대 50억 원 과징금이 부과된다"며 "SGI 서울보증보험의 과징금이 적은 건지 SKT의 과징금이 많은 건지 기준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순이익 뛰어넘는 지출... 미래 사업 '실탄' 부족해질 수도
그래픽=김대훈 기자 |
SKT의 미래 사업 계획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 회사는 이번 해킹 사고 대응을 위해 △유심 무상 교체 및 대리점 손실 보상에 2,500억 원 △8월 통신요금 50% 할인 등 고객 감사 패키지에 5,000억 원 △위약금 면제에 1,000억 원 미만 △향후 5년 동안 정보보호 투자 확대에 7,000억 원을 투입했다.
이번 개인정보위 과징금까지 더하면 SKT의 부담은 장기 투자 계획을 포함해 1조6,000억 원이 넘는 수준으로 지난해 SKT 별도 기준 순이익 1조3,322억 원을 뛰어넘는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또 21일 올해 연말까지 위약금 면제 시한을 연장하라는 직권 조정 결정을 내렸다. SKT가 이를 수용하면 SKT의 부담은 더 커진다.
SKT는 정부의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 5개 팀 중 한 곳을 이끌 정도로 AI 사업에 큰 재정을 들였지만 앞으론 실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충격뿐 아니라 투자 여력,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SKT가 집중하는 AI 등 경영 전반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T는 6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2025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기존 17조8,000억 원에서 17조 원으로 낮췄으며 연간 영업이익도 지난해 1조8,000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해킹 사고 및 그 대응으로 실적이 악화할 것을 반영한 것이다.
SKT "무거운 책임감" 말했지만... 행정심판·소송 가능성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사옥. SK텔레콤 제공 |
SKT는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결정을 두고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모든 경영 활동에 있어 개인 정보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고 고객 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사 및 의결 과정에서 당사 조치 사항과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의결서 수령 뒤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T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징금 규모가 커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개인정보위 처분에 대해서는 의결서를 받은 뒤 90일 이내 행정 심판을 청구하거나 관할 법원에 행정 소송을 낼 수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