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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깃든 영적인 힘

매일경제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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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깃든 영적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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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 백남준의 'TV 부처'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 백남준의 'TV 부처'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일제강점기인 1928년 건축된 경성재판소를 개보수한 공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이다. 100년 영혼의 고독이 깃든 이곳이 '귀신의 집'으로 변신했다. 계단부터 내부까지 전체를 검은 천으로 덮어 암실처럼 꾸민 전시장에는 마치 강령술이 금방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으스스하고, 기기묘묘한 작품이 가득 설치됐다.

8월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강령: 영혼의 기술'을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을 중심으로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 등 서울 전역에서 개최된다. 뉴욕에서 작가, 기획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가 예술감독을 맡아 동시대의 전지구적인 현상과 미적 열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해석의 지점을 제시한다.

개막일인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비도클은 "동시대 미술의 발전에서 정신적이고 영적인 경험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라며 "신비주의적, 예지적, 은밀한 예술 창작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대안적 역사를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무속의 나라'인 한국에 잘 어울리는 시의적절하고 흥미로운 비엔날레가 탄생했다. 50팀의 참여 작가에는 요셉 보이스, 조지아나 하우튼, 마이크 켈리, 안리 살라, 히와 케이, 아노차 수위차콘퐁 등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작가들이 다채롭게 포함됐다. 영적 실험의 역사를 영화,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드로잉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가 총동원됐다.

한국 작가 참여가 적은 아쉬움이 있지만, 전시의 중요 맥락은 한국 베테랑 작가들이 제시한다. 이승택은 25일 저녁 조각상을 불태우는 퍼포먼스 '분신행위예술전'을 재연했다. 그에게 화장은 신성 모독 행위가 아닌 예술을 영적 차원으로 전이하는 행위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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