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15세 미만···폭탄·포격·총격 부상 많아
물자 부족, 환자식 제한···몇 주 내 아예 못 줄 수도
구호단체 “아이들 울 힘도 없이 고통 속 죽어가”
물자 부족, 환자식 제한···몇 주 내 아예 못 줄 수도
구호단체 “아이들 울 힘도 없이 고통 속 죽어가”
지난 7월 23일 가자시티의 한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병원에서 지난해 치료받은 환자 3명 중 1명은 15세 미만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국제 의학저널 랜싯이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의 MSF 지원 보건 시설 6곳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낸 통계에서 이같이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 시설에서는 지난해 총 9만건 이상의 부상자 외래 진료가 이뤄졌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폭탄, 포격, 총격으로 인한 부상 치료였다.
MSF 병원 두 곳에서는 하체 부상자의 60% 정도가 폭발성 무기 관련 상처를 입었으며 뼈, 근육, 피부가 노출된 개방성 상처가 많았다.
MSF는 “폭발성 무기는 원래 전장의 열린 공간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됐으나 점점 도심 지역에서 쓰이고 있다”며 “피난민이 모여 있는 임시 거처는 폭발성 무기와 폭압, 파편, 화염 같은 그 2차 피해로부터 거의 아무런 보호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의 열악한 환경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MSF가 기록한 부상 치료 사례의 절반가량은 열악한 생활 여건, 가정 내 사고, 교통사고에 따른 부상이었다.
현재 가자지구 주민 대부분은 임시 천막에 살며, 위생 시스템이나 도로 같은 기본 인프라도 파괴돼 소수 남은 의료시설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가자지구 현지에서 MSF는 필수 물자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으며,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도 하루 1∼2끼로 제한하고 있다.
MSF는 “몇 주 안에 환자들에게 식사를 전혀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 공정하고 제한 없는 의료 지원을 허용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와 제한적인 구호물자 배급 탓에 굶어 죽는 어린이도 계속 늘고 있다.
가자 보건 당국에 따르면 27일 하루 동안 아동 2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10명이 기아로 사망했다. 2023년 전쟁 발발 이래 지금까지 최소 313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119명은 아동이었다.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잉거 애싱 대표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가자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이 너무 쇠약해져서 이제 울지도 못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식량이 부족하면 아이들은 급성 영양실조에 빠지고 결국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다”며 “아이들은 고통 속에 말하거나 울 힘조차 없이 야윈 채 누워서 서서히 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이 만행을 멈추기 위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진다”며 가자지구 기아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관심을 촉구했다.
최근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가자지구에 처음 식량 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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