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언
中전문가 "李대통령 발언, 美신뢰 얻기 위한 것"
中전문가 "李대통령 발언, 美신뢰 얻기 위한 것"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사진=로이터)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 정부는 한중 관계에 외부의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관계는 상호 이익에 기반한 것으로, 제3자를 겨냥한 것도,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대(對)한 정책은 일관되고 안정적이며, 한국과 함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포럼에서 “공급망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원적 논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의 기본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미국의 수출통제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특별한 관계 설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지리적 인접성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관계는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24~28일 동안 이뤄진 방미 기간에 맞춰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한 대통령 중국 특사단을 중국으로 보냈다. 오는 9월 3일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는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초기에는 ‘친중’(親中) 성향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번 발언을 통해 한미동맹과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제약 속에 놓여있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비잉다 중산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한국은 오랜 안보 동맹 구조 속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삼아왔다”며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과 미중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국은 조선 산업 등 주요 분야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며 “이제 중국과의 관계는 상호보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뇨우샤오핑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이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얻기 위해 미국을 의식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 내 정계와 트럼프 본인 모두 이 대통령 정부에 대해 높은 수준의 불신을 갖고 있다”며 “이번이 첫 대면인 만큼, 미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발언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뇨우 연구원은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단계로, 이번 발언은 미국과 신뢰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한국이 완전히 미국에 종속됐다기보다는 외부 압력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