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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통령, 유세 도중 ‘돌’ 세례…부패 스캔들 후폭풍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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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통령, 유세 도중 ‘돌’ 세례…부패 스캔들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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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측근 뇌물 수수 의혹에 돌팔매…긴급 대피
지지율 급락·금융시장 불안·…"최대 정치 위기"
9~10월 지방선거·총선 앞두고 파장 더 커질듯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거 유세 도중 군중 속에서 날아든 돌에 맞을 뻔해 긴급 대피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로마스 데 사모라에서 유세 지원에 나선 가운데, 한 시위대가 밀레이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FP)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로마스 데 사모라에서 유세 지원에 나선 가운데, 한 시위대가 밀레이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FP)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남부 로마스 데 사모라에서 유세 지원을 위해 차량 위에 오른 채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그를 향해 날아드는 돌과 유리병 등 온갖 물건들을 맞닥뜨렸다.

이는 최근 불거진 부패 스캔들에 분노한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시위대는 차량 행렬을 막고 “밀레이 타도”를 외쳤다. 현장 영상에는 밀레이 대통령이 몸을 숙이며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하는 모습과 즉시 검은색 밴에 태워져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유세 지원은 다음달 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오는 10월엔 총선을 위한 것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이 대피한 이후 파트리시아 불리히 아르헨티나 안보장관은 경찰이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페론주의 과격파들의 소행”이라며 야권에 책임을 물으면서 “돌 세례는 키르치네리즘이 몰락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밀레이 대통령 측근과 그의 여동생까지 연루된 거액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며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제약 유통업체인 ‘수이소 아르헨티나’가 정부 인사들에게 매달 50만~80만달러의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현지 언론에 공개된 녹취 파일에서 비롯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유세 직전 해당 의혹에 대해 “거짓”이라 일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는 녹취가 편집된 조작본이라고 반박했으며, 관련 기업 역시 연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기소된 인물은 없다.

밀레이 대통령은 감세, 긴축 재정, 작은 정부를 내세운 ‘극우 자유지상주의’ 노선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부패 스캔들로 취임 1년여 만에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고, 국민 절반 이상이 이번 부패 의혹을 사실로 믿는다고 답했다. 스캔들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이 성장세 둔화 등으로 녹록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부패 스캔들은 금융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달러화 표기 단기 국채는 올해 최저가를 기록했고, 메르발 주가지수는 나흘 만에 달러 기준 8.6% 급락했다. 국가위험지수도 일주일 새 1%포인트 이상 뛰었다.

골드만삭스 라틴아메리카 수석경제학자 알베르토 라모스는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거버넌스를 약화시키고, 9월과 10월 선거에서 대통령 측근 후보들의 성과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