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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작가의 '부처의 길' 순례…<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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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작가의 '부처의 길' 순례…<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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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동양에는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가 있습니다. 불교적 사유와 인간적 여정을 아우르는 한국 기행문학의 숨은 명작 <너에게 미치도록 걷다>가 15주년 특별판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방랑작가 박인식은 두 명의 길동무와 함께 2010년 새해 첫날, 부처가 태어난 네팔 룸비니로 향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건 네팔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부처의 길’. 오직 두 발로 불교 사대성지를 따라 걷는 순례길이었습니다. 부처의 탄생지인 룸비니, 깨달음의 성지인 보드가야, 최초의 전법지인 사르나트, 열반지인 쿠시나가르 등 사대성지는 물론, 바이샬리·파트나·날란다·라즈기르 등 불교의 역사가 깃든 도시들을 차례로 밟아갔습니다. 순례자들이 대부분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묵묵히 걸으며 2,500년 전 부처의 발자취를 되짚습니다.

"부처가 죽었다. 제자들이 구슬피 울었다. 어미 잃은 어린 새들 같았다. 그러자 죽은 부처는 두 발을 관 바깥으로 내밀어 보였다. 맨발이었다. 그의 맨발이 된다. 그 맨발이 걸어간 '맨발의 땅'을 따라 걷는다."

책의 첫 문장 속 부처의 맨발은 허한 삶이나 무소유를 상징합니다. 저자는 오랜 길 위에서 인간적인 부처를 만나고 맨발의 땅에서 얻는 깨달음을 갈구합니다. 백일 동안 걸으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인생을 포개며 불교적 은유를 풀어내 불교를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탄생지 룸비니에서 시작되는 여정 속에서 저자는 부처가 계절마다 다르게 머물렀던 카필라 성을 지나며 어머니 마야데비를 일찍 여윈 의미도 고찰해봅니다. 코살라국이 침공했을 때 카필라국의 마하나마 왕이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석가족의 멸족을 막은 이야기부터, 갠지스 강에서 화장하고 목욕하는 문화까지…인도의 문화가 저자의 시선을 거쳐 더욱 생생히 다가옵니다.

결국에는 나 자신을 찾는 여정'에 가까운 이 책은 부처의 행적과 불도를 따라가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열반을 위해 고향 카필라바스투로 향하던 부처의 마음을 느끼며 순례를 마무리합니다. 부처의 마지막 가르침은 이렇습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다만 끝없이 정진하라."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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