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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효과만 반영"…한은, 올해 성장률 소폭만 올렸다(상보)

아시아경제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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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효과만 반영"…한은, 올해 성장률 소폭만 올렸다(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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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0.8%→0.9%
내년 경제성장률 1.6% 유지

물가전망 올해 2.0%, 내년 1.9%로 상향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올려잡았다.

지난 5월 1.5%에서 0.8%로 대폭 낮춰잡은 이후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했다. 소비 부진과 관세 불확실성이 상존한 지난 5월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에도 여전히 '0%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2일 내놓은 전망치와 같고,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전망치 0.8%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돼왔다. 지난해 8월 2.1%에서 11월 1.9%로 낮췄고, 올해 2월에는 1.5%로 끌어내렸다가 5월 0.8%까지 주저앉았다.

한은이 이번에 처음으로 성장률 전망을 올린 것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차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추경 규모와 지급 방식 등이 결정되지 않아 5월 전망에는 반영하지 못한 추경 효과를 이번에 반영한 것이다. 한미 간 굵직한 관세 협상이 예상한 수준에서 타결됐다는 점도 성장률 하방 압력을 제한했다.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에 관세 불확실성을 겪었던 지난 5월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


내수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위축됐던 민간소비 흐름은 지난 2분기 이후 반전됐다. 6월 소매판매는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판매가 늘며 전월 대비 0.5% 증가했고,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6.3% 늘어 2월(6.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차 추경에 담긴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이 집행되면서 소비 기대심리도 오름세다. 한은이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7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보다 크면 소비자 심리가 평균 대비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달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국 경제는 추경 집행 등의 영향에 따라 하반기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역시 대미 관세 협상이 기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부담을 덜었다. '상호관세 15%, 자동차 품목 관세 15%'라는 협상 결과는 한은이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가정한 시나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수출 실적 역시 나쁘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출은 608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8% 늘었고, 대미 수출도 1.5%(103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대미 수출은 통관 기준 50억37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7% 줄었으나, 전체 수출은 7.6%(355억달러) 증가했다.

하지만 성장의 하방 위험도 여전히 크다.

미국과의 상호관세는 이달 7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해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은 올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관세 불확실성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와 의약품 등 추가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이들 품목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는 점에서 타국 대비 불리한 조건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대만과 아세안 등에서 우리나라 반도체가 중간재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이중 삼중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결과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에서는 건설투자 부진이 성장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4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오랜 기간 침체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역시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3%, 2분기에는 11.7% 감소해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한은은 올 하반기 건설업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여파 등으로 건설투자 회복 시점과 속도는 불확실성이 크다. 한은이 두차례에 걸친 추경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소폭만 상향한 이유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 1.6%를 유지했다. 올해보다는 회복될 것으로 봤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저성장 충격 이후 기저효과로 반등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 고착화 구조를 깨려면 신성장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가 관건"이라며 "산업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나 기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0%, 내년 1.9%로 상향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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