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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소방관 트라우마 별도 관리 시급…지속 모니터링해야"

이데일리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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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소방관 트라우마 별도 관리 시급…지속 모니터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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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트라우마 특수성 고려…미국은 평생 모니터링"
"소방병원 이은 광역별 지원 체계 필요…의료진 확보 중요"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소방공무원이 숨진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소방공무원의 심리적 치유·회복을 위해 별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 트라우마 관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의미인데 이들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치료를 위해 중앙과 지역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왼쪽부터)이해우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본인 제공)

(왼쪽부터)이해우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본인 제공)


이해우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소방공무원이 구조자로서 겪는 트라우마의 특수성을 꼭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고 단일 병원 중심이 아닌 전국적 분산 체계와 시기별 맞춤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일반 국민이나 재난 피해자와 달리 소방공무원은 구조자로서 특수한 정신적 부담을 안게 된다. 사망자·중상자를 직접 목격하고 구조 실패 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생존자 및 유가족과의 관계에서 오는 후유증도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 교수는 “과거부터 전담 트라우마 관리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나 최근 이태원 참사 출동 소방관들의 연이은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재부각되고 있다”면서 “소방공무원의 트라우마 관리는 일반 트라우마 센터에서 관리하는 것보다는 별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추적관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외 사례를 비교하면 미국은 9·11사태 이후 구조 등에 투입된 인력들을 평생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무료 상담·치료를 제공한다. 그는 “한국도 소방공무원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속적 모니터링 및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또한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 국립소방병원을 만들고 소방공무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체계 마련에 착수했다. 오는 12월부터 진료를 시작하는 국립소방병원은 화상·정신건강·근골격재활 등 소방공무원에 특화된 진료·의료공간과 질병 연구를 담당하는 소방의학연구소로 구성될 예정이다.

다만 충청북도혁신도시(충북 음성군)에 있는 국립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 근무 특성상 상담·치료를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교수는 “치료를 받고 싶어도 대체 인력이 부족해 상담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면서 “서울의 경우 현재 서울시 보라매병원이 위탁 운영 형태로 소방청 소속 공무원들의 트라우마 진료·상담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단위 관리 체계를 구축해 소방병원을 중심으로 광역 단위에서 분산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단순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국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단순히 소방병원을 세우고 시설을 갖추는 것만이 아닌 종합적인 국가 트라우마 연구·관리를 위해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기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단일 거점으로는 한계가 있어 광역자치단체별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필요하겠지만 이 분야를 전담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소방공무원의 특수성을 좀 더 잘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국가 제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의료진을 붙잡는 유인 동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소방병원서 다른 곳에서 대체할 수 없는 트라우마 치료·관리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이러한 유인 요소를 바탕으로 유능한 의료진이 더욱 많이 합류한다면 소방공무원의 트라우마 관리 및 정책 입안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