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와 연립·다세대(빌라) 등 주택 월세 비중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셋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금리 부담이 커진 데다, 전세 사기 후폭풍에 전세 기피 현상이 나타나서다. 2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 계약 총 23만3958건 가운데 월세 계약은 15만1095건으로 전체의 64.6%를 차지했다. 서울지역 임대차 계약 중 10건 6.4건 이상이 월세 또는 보증부 월세 계약인 셈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아파트단지와 연립·다세대(빌라) 모습. 2025.4.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다세대·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 시장에서 전세대출과 보증금 반환 문제가 심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모두 정책 변화로 인한 '이중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자금보증은 임차인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주택을 담보로 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HUG와 HF는 그동안 아파트 중심으로 보증 업무를 운영해왔지만, 비아파트 주택은 상대적으로 제도 접근성이 낮았다. HUG는 2023년 5월부터 공시가격 140%를 기준으로 선순위 채권과 임차보증금 합이 90%를 초과하면 보증을 제한했다. HF는 기존에는 보증금 2억원 초과 주택에만 이 기준을 적용했다.
오는 28일부터는 HF도 적용 기준을 바꾼다. 선순위 요건 적용 대상이 모든 주택으로 확대되고, 주택가격 산정도 공시가 140% 일괄 적용으로 바뀌면서 비아파트 임대시장이 사실상 '보증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HF가 모든 주택에 선순위 요건을 적용하면서 신규 전세대출이 사실상 막힌다. 다세대·다가구 주택도 포함되며, 기존 HF 보증으로 대출을 이어오던 주택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신규 임차인 유입이 차단되고, 일부 주택은 장기간 공실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면 기존 세입자가 계약 만료 후 나가도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 이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을 증가시키고, 지역 단위로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 다세대·빌라 등 소규모 주택은 담보가 낮아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HUG 감정평가금액이 시세의 60~70% 수준에 불과해 임대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진다. HF 보증마저 제한되면 전세로 운영되던 임대사업이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일부 임대인은 시장 퇴출 가능성도 제기한다.
HF 전세자금보증으로 대출받은 임차인도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깡통전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기존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워 서민 주거 불안이 증가한다.
공시가 기반 주택가격 산정과 실제 거래가 간 격차가 큰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보증 기준 강화가 실제 시장 상황과 괴리를 만든다. 일부 아파트와 달리 KB시세·실거래가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전세대출과 보증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피해를 입으면, 보증금 반환 소송, 금융기관 손실, 지역 부동산 거래 위축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서민·청년층 주거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관악구에 거주중인 세입자 A씨는 HF 보증으로 전셋집을 구했지만, 규정 변경으로 신규 세입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면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까 두려워한다. 다세대주택 임대인 B씨는 "HUG 감평은 시세의 60~70% 수준에 불과하고, 수백만 원을 내고도 이의제기를 할 방법이 없다"며 "HF 개편 이후 신규 세입자 유입이 막히면 기존 세입자 보증금 반환 문제까지 겹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변화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한다. 박민규 의원은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서민 주거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HF 주택가격 산정 방식을 실제 거래가에 가깝게 조정하고,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신규 세입자 보증금 설정과 기존 세입자 반환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HF 제도 개편은 HUG에 이어 다세대·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 전세대출 제한, 역전세난, 보증금 미반환 등 연쇄적 문제를 동시에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보증 기준 강화가 아니라, 비아파트·다세대 주택 특화 보완책과 시장 대응 전략 마련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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