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26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반탄파(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인 김민수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처럼 당당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의 한미 외교무대 등판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외교 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처럼 당당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게 전문가들과 국내외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임에도, 이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만 못하다고 혹평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두고 “용비어천가가 난무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주장이 무색하게 윤 전 대통령은 국외 순방에 나설 때마다 ‘외교 참사’라는 비판과 함께 각종 논란에 휘말려 지지율 하락을 거듭했다. 12·3 내란사태를 옹호하고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해 온 김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이야말로 ‘윤비어천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9월 5박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길에 올랐으나, 영국에서부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가 무산되며 뒷말이 나왔다. 뒤이어 유엔(UN)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에서는 애초 공언했던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48초 환담만 나눈 것이 전부였다.
한일 정상 간 만남도 ‘구걸 외교’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실 쪽에서 한-일 정상회담 계획을 밝혔으나 일본 쪽이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윤 전 대통령이 유엔 일본대표부가 위치한 건물로 찾아가 정상회담을 구걸하는 모양새가 됐다. 윤 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는 30분간 만났으나 ‘약식 회담’이라고 규정한 대통령실과 달리 일본 정부는 그마저도 ‘간담’이라고 했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때였다. 윤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환담을 마친 뒤 동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안보실장 쪽을 바라보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바이든’→‘날리면’, 욕설은 미국 국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향해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전 국민 듣기평가’라는 비판과 조롱이 쏟아졌다. 외교부는 해당 논란을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고 지난해 1심은 문화방송의 보도가 ‘허위’라며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발언했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며 외교부에 소를 취하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2023년 4월 미국 국빈 방문에선 윤 전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부른 노래에 초점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팝스타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 받은 윤 전 대통령은, 내빈들의 요청을 받고 애창곡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직접 불러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에 대해선 해법을 내놓지 못해 ‘역대 최고로 비싼 노래방에서 150조짜리 노래 한 곡 부르고 왔다’는 혹평이 당시 야당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당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젊은이들은 ‘아메리칸 파이’라는 노래는 모르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안다”고 꼬집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26일 제이티비시(JTBC) ‘이가혁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한미 간에 대통령이 빨리 만나서 현안을 해결하고 공조하는 모습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좋은 것이지, 나비넥타이 매고, 백악관에서 만찬하고 노래 부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냐”며 “우아한 가식을 해야 되는 외교의 시대가 아니라 비열하게 자기 국익을 최대화해야 되는 거친 세상이다. 그 부분을 우리가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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