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 먹는 GLP-1 비만약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결과 공개…연내 미국 FDA 신청 계획
노보 노디스크, '먹는 위고비' 연말 미국 FDA 허가 예상
국내서도 일동제약, 한미약품 등이 먹는 비만약 개발 나서
먹는 GLP-1 작용제 비만약 개발 현황/그래픽=이지혜 |
'기적의 비만약'이 기존 주사제형이 아닌 먹는 약으로 나온다.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작용제 비만약인 '오포글리프론'의 성공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연내 미국 내 허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비만약 '위고비'의 연내 미국 허가도 예상된다. 환자 편의성이 높아 먹는 비만약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경구용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26일(현지시간) 오포글리프론의 세 번째 3상 임상시험에서 성공적인 주요 결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오포글리프론은 주사제로 쓰이던 GLP-1 약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저분자 경구용 GLP-1 작용제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릴리는 비만 또는 과체중,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3상 시험에서 세 가지 용량 모두 1차와 주요 2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오르포글리프론은 72주 사이 상당한 체중 감소, 유의미한 당화혈색소(A1C) 감소, 심장 대사 위험요인 개선 효능을 발휘했다.
1차 평가변수에서는 음식과 물 제한 없이 하루에 한 번 오르포글리프론을 복용한 고용량군(36㎎)의 체중이 평균 10.5%(약 10.4㎏) 감소했다. 2.2% 감소한 위약군 대비 효능을 입증했다.
2차 평가지표 분석 결과에서는 용량 전반에 걸쳐 당화혈색소를 1.3~1.8% 낮췄다. 또 다른 2차 평가지표에선 최고 용량의 오포글리프론을 복용한 참가자의 75%가 당화혈색소 6.5% 이하를 달성했다. 이는 미국당뇨병협회가 당뇨병으로 정의한 기준 이하다.
케네스 커스터 릴리 수석 부사장은 "이번 결과는 1일 1회 먹는 오포글리프론이 주사제 GLP-1과 유사한 의미 있는 체중 감량과 당화혈색소 감소를 제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긍정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허가 신청을 위해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릴리는 올해 오포글리프론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보 노디스크도 GLP-1 비만약 '위고비'의 알약 제품을 개발했다. 지난 4월 미국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했고 연말 승인이 예상된다.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을 이끈 두 회사가 이제 먹는 기적의 비만약 상용화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까지 두 회사가 판매하는 GLP-1 비만치료제는 매주 맞아야 하는 주사제였는데 먹는 제형으로 바뀌면 환자 복용 편의성이 높아져 비만약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비만약 시장 트렌드는 경구용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도 당연 경구용 GLP-1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도 먹는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머크는 중국 한소파마와 경구용 소분자 GLP-1 작용제인 'HS-10535'의 초기 단계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에코진과 1일 1회 GLP-1 수용체 작용제 알약인 'ECC5004'를, 로슈는 경구용 GLP-1 작용제인 'CT-966'을 각각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경구형 비만약 개발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 'ID110521156'를 개발 중이다. 이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 6월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기반 저분자 화합물인 'HM101460'를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로 개발 중으로, 현재 전임상 단계다. 디앤디파마텍의 먹는 GLP-1 치료제 'DD02S'는 2023년 미국 멧세라에 기술 이전됐는데, 지난해 11월 북미 임상 1·2상의 첫 환자 투약을 마쳤다. 인트로바이오파마는 GLP-1 유사체 경구용 비만치료제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89억달러(약 12조4000억원)에서 2035년 1500억달러(약 209조5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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