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AI] 의료진 86%가 의료AI에 '긍정'…환자와의 신뢰도 차이는 26%포인트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인공지능(AI)은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기술 속도만큼 신뢰도를 쌓는 속도도 발맞춰 진행돼야 합니다. 이처럼 의료AI가 투명하고 안전한 동시에 혜택이 명확해진다면, 기술 수렴도도 급격히 올라가리라 생각합니다."
헬스 테크놀로지 기업 필립스코리아는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래건강지수 2025 한국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최낙훈 필립스코리아 대표는 현장에 도입된 의료 AI의 순효과를 짚는 한편,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AI 신뢰도 간극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언했다.
필립스 미래건강지수 보고서는 현행 헬스케어 시스템이 직면한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글로벌 설문조사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6개국 1900명 이상 의료전문가와 1만6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이 진행됐다.
필립스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조사 결과, AI를 두고 의료진과 환자 측 시선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해 보고서는 '헬스케어 AI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 격차'를 조명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료 현장은 진료 지연과 행정 비효율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환자 53%가 전문의 진료 대기를 경험했고, 평균 대기 기간은 40일에 달한다.전문의의 91%는 불완전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환자 데이터 문제로 인해 임상 시간이 낭비됐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은 교대 근무 당 45분 이상 근무 시간이 손실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의료 현장에 AI가 속속 도입되고 있으나, 한국 응답자 가운데 "AI가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할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의료 전문가가 86%, 환자는 60%로 나타났다. 26%포인트에 달하는 신뢰도 차이가 의료 현장 AI 도입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다만 환자들은 AI에 대한 인식을 더 긍정적으로 만드는 요소로 AI로 인해 실수가 덜 발생(50%) 하거나, 건강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경우(40%) 등을 꼽았다. 의료진은 AI에 대한 신뢰 구축에 필요한 요소로 AI활용법 및 제한 사항에 대한 명확한 지침(39%)과 AI활용 관련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36%) 등을 원했다.
최 대표는 "의료 전문가들은 AI를 올바르게 구현한다면, 환자 진료 수용성이 확대되고, 대기시간을 단축하는 등 의료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며, "환자들은 AI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는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의료 정보는 의사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AI 개발 업체들에 대한 설명을 더하는 등 소통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AI 신뢰도를 위한 다섯 가지 제안사항을 제언했다. 최 대표는 "AI 설계부터 적절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등 사람을 최우선 해 나갈 것이고, AI 역할 수행 시에는 인간 감독을 필수화할 것"이라며, "효능과 공정성 입증, 명확한 가이드라인, 다양한 분야간 파트너십 구축 등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실제 의료 현장에 AI가 신뢰도 문제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사례가 공유됐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 원장은 "2020년 이전 개원하면서, 디지털 혁신 병원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개원과 동시에 전공의 부재와 코로나 팬데믹이 뒤따랐다"며 "감염자 관리를 최우선해야 했다. 이때 개원 전부터 필립스와 협업했던 디지털혁신병원 도입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대표적인 의료AI 사례로 통합관제 솔루션과 실시간 위치정보 시스템 등을 소개했다. 그는 "실시간 위치정보 시스템(RTLS)은 위치정보 태깅을 적용하는 것이다. 심전도 기계나 휠체어 등 고가 의료 자산이 잘 있는지 체크하는 것은 물론, 코비드 당시엔 환자 감염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도 용이했다"며, "이전엔 CCTV를 통해서만 환자 정보를 추적할 수 있었으나, RTLS를 통해 감염 사태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료 보조 수단으로서도 AI가 활용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판독량이 많은 흉부·유방 엑스레이 판독 보조에 AI를 적용 중이다.
한편, 김 원장은 "AI 등 신기술의 경우 신의료 기술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2~3년여 걸리기에, 평가만 받고 퇴출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이기 때문에 (현장에) 유용하고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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