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실명 공개 직원 30여 명 직위해제 통보”
비영리단체 “불법적 보복, 헌신적 공무원 배신”
비영리단체 “불법적 보복, 헌신적 공무원 배신”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사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난 대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서한을 의회에 보낸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직원들이 서한 발송 다음 날 직위해제(유급 대기발령)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서한에는 FEMA 전·현직 직원 182명이 서명했으나, 보복을 우려해 실명을 공개한 인원은 36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약 30명은 서한 발송 직후 이메일로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보문에는 ‘조치 즉시 발효’만 명시돼 있었고,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FEMA 측은 언론의 문의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비영리단체 ‘스탠드 업 포 사이언스’의 콜레트 델러왈라 대표는 “이번 조치는 명백한 보복”이라며 “헌신적인 공무원들에게 가해진 불법적이자 배신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경고 서한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20주년을 하루 앞둔 25일 의회에 전달됐다. 서명자들은 FEMA의 역량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어 카트리나와 같은 인재(人災)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 FEMA의 정규직 인력 3분의 1이 떠났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해고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FEMA 폐지를 목표로 예산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고위직에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10만 달러 이상 지출을 직접 승인하도록 지시해 지난달 텍사스 홍수 대응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서명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임명된 FEMA 청장 직무대행 2명이 모두 재난 관리 경험이 전무해 법률상 자격요건에도 맞지 않는다며, 놈 DHS 장관이 FEMA의 업무에 간섭하는 것 역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재난관리 개혁법은 FEMA 청장이 “재난 관리 능력과 지식을 입증한 인물”이어야 하며, DHS 장관이 FEMA의 권한에 간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카트리나 참사는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해 1,833명이 사망하고 1,610억 달러(약 224조 원)의 피해를 남겼다. 당시 부시 행정부의 늑장 대응은 대표적 정책 실패로 기록됐다.
서한 발송자들은 FEMA를 DHS 산하에서 독립시켜 내각급 행정기관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의회에 요구했다. 이들은 “이 같은 개혁이 이뤄져야 카트리나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막고, FEMA 해체를 방지하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HS는 논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책임성과 개혁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망가진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FEMA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난 대응 업무를 각 주 정부로 이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전국 재난 대비 인프라 예산도 대폭 삭감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