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주검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양씨가 지난해 11월5일 오전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끝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연관계인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주검을 훼손한 뒤 북한강에 유기한 육군 장교 양광준(39)이 항소심에서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돼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이은혜)는 27일 양광준의 살인 등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양광준이 낸 항소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으며, 생명 존중과 망자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선처를 바랄 수 없을 만큼 죄책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어렵게 이룩한 사회적 지위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불사했지만, 범행으로 인해 피고인은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다.
우발 범행이라는 양광준 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로부터 여러 차례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는 위협을 받고 절망에 빠진 나머지 ‘피해자를 살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뒤, 살해할 경우를 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범행 당시 상황을 봐도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나 격분해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검 손괴와 은닉 범행은 그 자체로 절대 우발적일 수 없는 계획적인 후속범행이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함으로써 피해자와 그 가족, 지인들의 관계와 추억까지도 무참하게 파괴했다. 반성문의 내용과 형사 공탁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을 무기한 사회로부터 격리해 참회하게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심에서 반성문을 7차례 제출했던 양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136차례나 제출하고, 유가족에게 형사공탁까지 했으나 죗값을 줄이지는 못했다.
양씨는 지난해 10월25일 오후 3시께 경기도 과천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차 안에서 여성 군무원 ㄱ(33)씨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옷으로 주검을 덮어놓고 퇴근했다가 철거가 진행 중인 인근 공사장에서 주검을 훼손하고 다음날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북한강으로 이동해 주검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씨의 범행은 지난해 11월2일 오후 2시36분께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앞 북한강에서 주검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라 이를 본 주민이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주검에서 확보한 지문과 디엔에이(DNA) 등을 통해 ㄱ씨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 분석, 피해자 가족 탐문 수사를 거쳐 양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양씨는 범행 당일 아침 출근길에 연인 관계이던 ㄱ씨와 카풀을 하며 이동하던 중 말다툼을 했고 더는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해를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시 중령 진급 예정자인 양씨는 군무원 신분인 ㄱ씨와 경기도 과천의 한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이였다. 이미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양씨와 달리 ㄱ씨는 미혼이었다. 양씨는 이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범행 사흘 후인 지난 10월28일 서울의 한 부대로 자리를 옮겼고, 임기제 군무원인 ㄱ씨는 10월 말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다. 군 당국은 양씨를 ‘파면’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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