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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심한 사람, 장내 세균부터 달라”…파킨슨병 조기 신호 가능성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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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심한 사람, 장내 세균부터 달라”…파킨슨병 조기 신호 가능성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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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수면 행동장애를 먼저 겪은 환자들은 파킨슨병 진단 초기부터 이미 장내 유해균이 많고, 유익균은 적은 불균형 상태를 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렘수면 행동장애를 먼저 겪은 환자들은 파킨슨병 진단 초기부터 이미 장내 유해균이 많고, 유익균은 적은 불균형 상태를 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자는 도중 갑자기 발을 차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격한 잠꼬대 증상이 있다면, 뇌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은 장 속 세균 환경부터 파킨슨병 환자와 유사하게 변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조성양 교수팀은 최근 렘수면 행동장애(REM 수면 행동장애) 유무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꿈을 꾸는 동안 몸이 실제로 움직이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주변 사람을 때리는 등의 행동도 보인다.



연구팀은 2019년부터 5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파킨슨병 환자 104명과 그 배우자 85명을 비교 분석했다. 이 중 57명은 파킨슨병 진단 전에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했으며, 나머지 47명은 그런 경험이 없었다.



분석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를 먼저 겪은 환자들은 파킨슨병 진단 초기부터 이미 장내 유해균이 많고, 유익균은 적은 불균형 상태를 보였다. 특히 ‘아커맨시아’나 ‘에쉬리키아’ 같은 장 점액층을 분해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이 많았고, 장을 보호하는 유전자 발현은 줄어들어 장벽 손상이 쉽게 나타나는 구조였다.



반면 렘수면 행동장애가 없던 환자들은 진단 초기에는 건강한 사람과 비슷한 장내 미생물 구조를 보였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군과 유사한 형태로 장내 환경이 변화했다.



놀라운 점은, 연구 참여자 대부분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했음에도 장내 균형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하루 섭취량은 평균 34~36g으로 권장량(25g)을 초과했지만, 유익균이 줄고 해로운 균이 늘어났다. 이는 단순한 식이조절만으로는 장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파킨슨병이 단순한 뇌 질환이 아닌 ‘장-뇌 연결’에 기반한 복합질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층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는 환자는 장에서 이미 파킨슨병과 유사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며 “장내 미생물 검사가 파킨슨병 조기 진단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게재됐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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