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성인물…‘X 같은 세상’ 속 더 단단해란 외침 짜릿”
“연기할 때 가장 행복…매 작품 간절·소중해”
“연기할 때 가장 행복…매 작품 간절·소중해”
배우 이하늬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
“어쩌면 우리 작품의 주인공들은 판타지일 수도 있어요. 멋지고 용기가 넘치 잖아요. 그런데 한 편으론 그 강렬한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아니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어요. ‘X 같은 세상, 더 단단해지’란 메시지, 정말 짜릿하지 않나요?”
배우 이하늬(43)가 만삭의 몸으로 공식석상에 나설 정도로 진심인 신작 ‘애마’로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난다.
이하늬는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감독 이해영)의 공개를 앞두고 진행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80년대 충무로의 이야기가 이 시대에 다시 세상에 나온 다는 것부터가 가슴이 벅찼다. 이제는 목소리를 내도 되는구나, 공론화해도 되는구나 하는 묘한 떨림과 감격스러움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솔직히 선뜻 하겠다곤 못했죠. 아무래도 수위 높은 강렬한 선입견이 있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일단 감사히 읽어보겠다고만 했는데 막상 대본을 보고 너무 놀라웠어요. 감독님의 필력이, 안에 담긴 메시지, 같은 배드신이어도 여성을 소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건강하고 무해한, 그러면서도 과감한 색깔이 굉장히 신선했고 지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물이다. 이하늬는 극 중 당내의 탑 배우 희란으로 열연했다.
‘독전’, ‘유령’, ‘천하장사 마돈나’ 등을 선보인 이해영 감독이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이 감독은 ‘애마’에 대해 “영화 ‘애마부인’의 실제 주인공 안소영 배우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선배님에 대한 존경과 존중, 선배님이 걸어온 길에 대한 파이팅을 작품 안에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이하늬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
“70~80년대 작품들을 비롯해 각종 인터뷰, 여러 자료들을 찾아봤다”는 이하늬는 “이해영 감독님과 긴밀하게 이야기하고 고민해가면서 당대의 여배우를 실감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안소영 선생님과의 만남 자체 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대만의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좀 자연스러운 게 트렌드라면 당시에는 좀 더 화려하고, 과장되고, 뚜렷한 개성의 아우라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고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새로웠다. 그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힘 있게, 통쾌하게 전하고자 애썼다”고 강조했다.
비주얼적으로도 상당히 힘을 줬다. 그는 “평소 워낙 터프한 편이라 여성적인 면이 별로 없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학습하게 된 것 같다”며 수줍게 운을 뗐다.
이어 “‘고양이’가 일단 모토였다”며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살짝 살짝 포인트를 주며 어떤 당대 최고 여배우의 우아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살랑살랑 걸음 걸이나 화려한 패션, 다채로운 에너지 등 많은 것들을 총체적으로 담되 절제하며 오히려 극대화시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부조리한 현실에 침묵하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려는 선택을 하고, X 같은 세상에서 더 단단하게 버티는 주인공의 모습이 멋졌어요.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투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고,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용기 있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분명 지금 우리 시대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만삭의 몸으로 ‘애마’ 공식석상에 참석한 배우 이하늬. 사진I스타투데이DB |
앞서 이하늬는 인터뷰에 앞서 마포동 호텔 나루에서 열린 ‘애마’의 첫 공식석상에 만삭의 몸으로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이하늬는 이와 관련 “둘째는 좀 더 빠르다고 해서 컨디션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날 당장 나오진 않을 것 같아 참석했다”며 재치 넘치게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비대면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깜짝 현장에 등장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그만큼 ‘애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면서 “내가 옛날 시스템을 온전히 경험하진 못했지만 끝을 얼핏 본 세대 같다. (‘애마’처럼) 여성배우가 성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앞서 여러번 말한대로 시원한 한 방이 있어서 좋았고, 그래서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 진심이, 메시지가 시청자에게 꼭 닿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또한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도전을 해봤고, 취미도 많은 편인데 연기만큼 재밌고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면서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는 게 우리의 삶 아닌가. 더군다나 업계 현실이 어려운 만큼 한 작품 한 작품이 더 소중하고, 모든 기회가 간절하고 값지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일을 더 오래, 더 잘 하고 싶어요. 연기를 하는 매순간이 행복하고 재밌고 가슴이 벅차요. 하지만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잖아요.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상황이 늘 따라주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주어진 것에 치열하게 온 힘을 쏟으려고 해요. 앞으로도 계속 감사한 기회가 제게 있길 바라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할게요!”
이하늬는 2021년 12월 비연예인 남편과 결혼한 뒤 이듬해 6월 첫 딸을 출산했다. 오는 8월 중순께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애마’는 지난 22일 전 세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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