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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비하' 일본도 살인 부친 1심 집행유예…"사과 한마디 없어" 유족 울분(종합)

뉴시스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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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비하' 일본도 살인 부친 1심 집행유예…"사과 한마디 없어" 유족 울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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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 징역 2년 구형…"2차 가해 죄질 불량"
재판부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엄벌 탄원하고 있어"
"내용 비현실적,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 크지 않아"
유족 측 "항소해 다시 한 번 재판부 판단 받을 것"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08.0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08.0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 가해자의 부친이 피해자를 비하하는 댓글을 작성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는 27일 오전 10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백모(68)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 120시간과 집행유예 기간 동안 본인 명의나 다른 사람의 계정을 이용해 피해자 및 유족 관련 내용을 인터넷 기사 댓글, 포털 사이트 등 공개된 곳에 게시하지 않는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정해 보호관찰도 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들에 대해 '피해자가 실제 중국 스파이로서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고자 했으므로 아들의 범행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작성하기로 마음 먹고 지난해 8월부터 9월 사이 총 23회에 걸쳐 옹호성 댓글을 게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백씨 측은 "댓글 작성이 사회적 비난에 대한 방어적 표현으로서 의견표명 및 가치판단에 해당하므로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해자가 '중국 스파이'라는 표현은 진위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사실 증명에 대한 사항으로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가치판단으로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중국 스파이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하는 댓글을 작성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살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아버지로서 오히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줬다"며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형을 유예한 배경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중국 스파이라는 등의 표현이나 게시한 내용들을 볼 때 비현실적이고 믿기 어려워 일반인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으므로 피해자의 사회적·인격적 평가가 실질적으로 저하될 위험성은 낮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백씨에 징역 2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해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모(37)씨에 대한 1심 선고일이었던 지난 2월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유족 측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2.07.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해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모(37)씨에 대한 1심 선고일이었던 지난 2월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유족 측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2.07. kgb@newsis.com


김 판사는 이날 백씨에게 형을 선고하기 전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보던 유족에게 판결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김 판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믿기 어려운 끔찍한 사건으로 어린 아이들은 아버지를, 아내는 평생의 반려자를, 부모님은 하나뿐인 자식을 잃게 됐다"며 "피고인은 그런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거나 공감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옹호해 유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재판부는 피고인의 양형에 관해 깊은 고심을 했고, 실형을 선고할지도 깊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글 내용 자체가 정상인이라면 믿지 않을만한 비현실적인 내용인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한 행동이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해 집행유예 기간동안 보호관찰을 받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판결의 내용이 엄벌을 탄원한 유족들의 마음을 풀어줄 만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그러나 유족들께서도 깊이 공감하며 판결을 고심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부모는 이같은 재판부의 설명에 "사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백씨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재판부가 백씨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백씨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망상에 의한 댓글 작성 행위가 사자의 명예를 진실로 훼손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취지로 판시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행위를 사자명예훼손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다시 한번 항소심 판단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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