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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힘 추천 인권위원 후보자 “동성애 싫단 말 누구나 할 수 있다”···잇단 혐오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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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힘 추천 인권위원 후보자 “동성애 싫단 말 누구나 할 수 있다”···잇단 혐오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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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5일 차별금지법 관련 강연서 주장
작년엔 “동거 문화 확대 땐 사회 성적으로 타락”
이상현 숭실대 법대 국제법무학과 교수가 2021년 11월5일 ‘차별금지법 바로 알기 아카데미’에서 ‘인권위 혐오 표현 의견 표명의 부당성’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이상현 숭실대 법대 국제법무학과 교수가 2021년 11월5일 ‘차별금지법 바로 알기 아카데미’에서 ‘인권위 혐오 표현 의견 표명의 부당성’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국민의힘이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후보자로 추천한 이상현 숭실대 법대 국제법무학과 교수가 “‘동성애를 싫어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2021년 11월5일 ‘차별금지법 바로 알기 아카데미’ 강연에서 ‘인권위 혐오 표현 의견 표명의 부당성’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동성애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동성애자를 싫어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만 유감을 표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혐오 표현을 방치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 범죄로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며 “우리가 언제 적의·폭력을 선동했냐”고 말했다. 또 “인권위는 학문적 토론을 위해 동성 간 성행위를 문제라고 표현하는 것도 ‘혐오 표현’이라고 볼 것”이라며 “윤리적·신학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고, 토론 과정에서 보장돼야 할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의 하나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겨냥한 것은 2021년 7월 인권위가 내놓은 제주도의회에 대한 의견표명이다. 국민의힘 소속 강충룡 제주도의회 의원이 2020년 12월 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안’ 표결을 앞두고 “나는 동성애, 동성애자 싫어한다” “우리 자식들에게 동성애가 괜찮다, 정상적이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학습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그것은 동성애를 권장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인권위는 이듬해 7월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하지 않도록 재발 방치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당시 인권위는 “(이 발언은) 성소수자 집단 구성원들에게 위축감, 공포감, 좌절감을 일으킬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지방의회 의원인 피진정인의 신분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혐오 표현은 그 지역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용인되는 것으로 인식시키고 성소수자 혐오와 관련한 집단적 행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 범죄로까지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해 3월에는 ‘생활동반자법의 문제점과 대응’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동거 문화가 확대되면 혼인율이 떨어지고, 사회가 성적으로 타락하는 게 기여한다”며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신 가족과 혼인의 거룩한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의 과정에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설명하며 성적 지향 중 하나인 양성애에 대해서는 “어이가 없다. 둘 다 하는 것이 무슨 지향이냐”고 말했다.

이런 이 교수의 인식은 국제 인권기구가 한국에 권고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다.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설치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23년 한국 정부에 “당사국 내 성소수자가 직면하고 있는 광범위한 차별, 혐오 표현에 주목한다”며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법률과 정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혐오 표현을 방치하면 증오 범죄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술지 ‘인문과학 커뮤니케이션(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에 실린 ‘온라인 혐오 표현부터 오프라인 혐오 범죄까지: 이민자 및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선동적인 언어의 역할’ 연구를 보면 혐오 표현이 X에서 나온 뒤 혐오 범죄가 늘어나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담겼다. 영국 범죄학 저널 등에도 온라인 혐오 표현이 담긴 트윗이 다수 게시된 지역에서 혐오 범죄 발생률이 최대 100%까지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비판과 논란에 대한 경향신문의 설명 요청에 이날까지 답하지 않았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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