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판사, 선고 전 유족에게 이해 구하기도
지난해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에 사망한 피해자를 비하하는 글을 다수 올린 가해자 부친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부장판사는 27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백모(6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을 받고 120시간 사회봉사를 하라는 주문도 했다.
백씨는 지난해 8월 27일~9월 11일 온라인 게시판 등에 총 23회에 걸쳐 '일본도 살인 사건 희생자는 중국 스파이'라는 취지의 댓글을 단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가해자인 아들(38)을 두둔하기 위해 댓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들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허위 댓글을 작성하며 살인을 정당화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올해 5월 백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판사, 선고 전 유족에게 이해 구하기도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모씨가 지난해 8월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에 사망한 피해자를 비하하는 글을 다수 올린 가해자 부친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부장판사는 27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백모(6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을 받고 120시간 사회봉사를 하라는 주문도 했다.
백씨는 지난해 8월 27일~9월 11일 온라인 게시판 등에 총 23회에 걸쳐 '일본도 살인 사건 희생자는 중국 스파이'라는 취지의 댓글을 단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가해자인 아들(38)을 두둔하기 위해 댓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들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허위 댓글을 작성하며 살인을 정당화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올해 5월 백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중국 스파이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스파이 등 표현이 비현실적이고 믿기 어려워 일반인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실질적으로 고인 명예가 저하될 가능성은 낮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나이와 범죄 전력, 유사 사건 양형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선고 전 법정에 있던 피해자 유족을 향해 "크나큰 슬픔에 깊이 동감하며 판결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행유예 결정에 크게 실망할 유족에게 이해를 구한 것이다.
유족들은 그러나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부친은 "(가해자) 백씨 부자는 우리한테 단 한 번도 사과 한 마디를 한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준다는 건 유족을 두 번 울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이게 말이 되느냐. 너무 불공평하다"고 원통해했다. 피해자 모친도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다. 그런데도 (백씨 부자는) 아직 사과를 안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백씨 아들은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길이 75㎝ 장검을 이웃 주민에게 수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올해 2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백씨 아들과 개인적 친분이 없었고, 집 밖으로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백씨 아들은 당시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 1심 결과에 불복한 백씨 아들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