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이사 충성파 구성하면
FOMC 참여 연은총재 선출에 입김
“통화정책에 대통령 영향 주는 비상조치 우려”
FOMC 참여 연은총재 선출에 입김
“통화정책에 대통령 영향 주는 비상조치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AFP]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임하는 ‘초강수’를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역 12곳에 위치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총재 선출에도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12개 연은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통상 연은 총재 선출은 행정부의 입김이 닿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 이사와 달리 직접적으로 대통령 지명이나 상원 인준을 필요로 하진 않기 때문이다.
다만 총재 선출때는 연은 이사들과 연준 이사회의 승인을 얻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연은 총재 선임권은 해당 연은의 이사 6명(B·C등급)이 임명하면 연준 이사회가 승인하는 구조이다. 이들 6명 중 3명(B등급)은 해당 지역 은행 회원사들이 선출하고, 다른 이사 3명(C등급)은 연준 이사회가 임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를 ‘충성파’로 장악하게 되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결정에 참가하는 5명의 연은 총재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를 포함한 전반적인 연은 총재 임명 과정을 트럼프 행정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FOMC에는 이사들 외에도 지역 연은 총재 5명도 자리한다. 연준 이사회는 5년에 한 번씩 지역 연은 총재의 임기를 공식 승인하는데, 다음 일정은 2026년 2월로 잡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다소 보호받아온 통화정책에 대통령이 영향을 미치려는 또 다른 비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했다. 이 해임 조치를 법원에서 유효하다고 판단할 경우, 7명 중 과반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29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미국 워싱턴 DC 연준 본부에서 열린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쿡 이사 해임 사태로 총재 승인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여름 초부터 일부 연은 총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앙은행 개입이 자신들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정통한 인사들이 말했다”며 “트럼프가 쿡 이사 해임을 발표하자, 여러 총재들은 서로 통화하며 이번 조치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논의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연준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백악관도 즉각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정책 분석업체 엘에이치마이어(LHMeyer)의 데릭 탕은 “백악관은 연준을 바꿀 수 있는 지렛대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모든 돌을 뒤집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지렛대 중 하나가 연은 총재 재승인 투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행정부가 연준 이사회의 과반을 확보하면, 매파적(긴축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일부 연준 인사들에게 재임명 투표를 무기로 간접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FOMC에 참여하는 5명의 연은 총재는 FOMC 내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항상 참여하는 뉴욕 연은 총재와 나머지 11곳 은행 총재 중 4명씩 돌아가며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FOMC 토론에는 12명이 모두 참석한다.
라엘 브레이너드 전 연준 부의장은 FOMC를 재편하려는 시도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장기 금리 상승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끊임없이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 체제에서 연준은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끝나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후임자를 면접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 경제팀과 외부 참모들은 연준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 감독에 실패했는데도 이후 더 많은 권한을 얻었다며 연준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