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가운데)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선업 협력 강화에 뜻을 모은 뒤 곧바로 현지에 있는 조선소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주목받는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적인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필리조선소 현장에서 진행된 선박 명명식에 참석했다. 선박 이름은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로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이다. 명명식은 선박을 건조한 뒤 이름을 지으며 안전 운항을 기원하는 행사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이제 미국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서게 된다”며 “동맹국의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트럼프 대통령께 제안한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는 단지 거대한 군함과 최첨단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비전만이 아니다”라며 “사라진 꿈을 회복하겠다는 거대한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조선소들은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고,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현대화된 공정 기술이 미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과 대한민국 조선업이 더불어 도약하는 ‘윈윈’의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고, 오늘의 새로운 출항은 한·미 양국이 단단한 우정으로 써 내려가는 또 하나의 희망과 도전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쇠락했지만 필라델피아는 19세기 이후 오랫동안 미국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에서 군함 50여척이 건조됐고, 수리한 군함은 500여척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 같은 역사를 언급하며 “필라델피아의 앞바다를 가르며 나아간 함정들은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고통받던 대한민국 국민을 구해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허허벌판에 ‘K 조선’의 기적을 일궈냈듯, 한·미가 힘을 모아 ‘마스가’의 기적을 현실로 빚어내자”고 격려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관계자들이 마스가 모자를 쓰고 있다. 김창길 기자 |
이날 명명식과 이어진 이 대통령의 필리조선소 시찰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대표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와 토드 영 상원의원, 이상현 미 해양청장 대리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필리조선소 방문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워싱턴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밴스 부통령이) 회담 장소에서는 긍정적으로 답변했는데 그 뒤로 제가 백악관으로부터 못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초 명명식에 참석키로 한 숀 더피 교통부 장관,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 정부 인사들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가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139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했다. 필리조선소는 1801년 미국 해군조선소를 모태로 하며 1997년부터 민영으로 운영돼 왔다.
한화그룹 인수 이후 3억 달러의 규모로 미국 해양청으로부터 5척의 국가안보다목적선 건조를 의뢰받았다. 이날 명명식을 치른 ‘스테이트 오브 메인’는 그 중 세번째 선박이다. 이 선박은 비상시 재난 대응 및 구조 임무를 수행하며 평시에는 해양대 생도 훈련용으로 활용된다.
명명식에 이어 진행된 현장 시찰에서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필리조선소에 추가로 투자를 해 확장이 완료되면 생산 능력이 현재 연 1.5척에서 20척 이상으로 늘어나고, 직원 수도 약 7000명 규모로 확대된다”며 “주변 공급망 확대와 간접 고용인원까지 포함하면 고용 효과는 1만 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 브리핑 이후 조선소 방명록에 서명했다. 서명에 쓰인 펜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펜과 동일한 형태였다.
이 대통령은 동석한 미 정부 인사들에게 한국 기업의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고 미국 내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을 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필라델피아 |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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