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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오면 끝?…지독한 가뭄 더 자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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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오면 끝?…지독한 가뭄 더 자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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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경포대해수욕장 내 수도꼭지가 제거된 세족장 모습. 문재원 기자

강원 강릉시 경포대해수욕장 내 수도꼭지가 제거된 세족장 모습. 문재원 기자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강도 높은 가뭄이 잦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가 적게 내려서 발생하는 가뭄 뿐만 아니라 수분이 증발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발생하는 ‘돌발 가뭄’의 빈도도 늘고 있어서다. 그러나 ‘비가 오면 해갈된다’ 인식 탓에 가뭄 대응 필요성은 늘 반짝 주목받았다 사라졌다. 가뭄을 기후 재난으로 인식하고, 변화하는 현실에 맞는 예측 및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쉽게 잊혀지는 재난 ‘가뭄’


2023년 광주·전남지역은 281.3일에 달하는 역대 최장 가뭄에 시달렸다. 전남 일부 섬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이뤄졌고, 제한 급수 시행 직전까지 도달한 광주시는 ‘가뭄 극복 물 절약’ 캠페인을 벌였다. 상수도 사용량을 40% 절감한 가구에 최대 13%까지 요금을 감면해주고, 공동주택에는 절수기를 지급했다. 빗물을 받아 다시 쓰는 물 재이용 시설(빗물 저금통) 지원 사업도 확대했다.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023년 광주·전남 가뭄 시기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민정씨 제공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023년 광주·전남 가뭄 시기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민정씨 제공


시민 사회도 물 절약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어 물을 아꼈다. 광주 광산구 자원봉사 캠프장을 맡고 있는 홍수정씨(58)는 “2023년 구내 22개동 캠프에서 각 캠프당 10~20명씩 모여서 물 절약 캠페인을 벌였다”며 “상가 점포마다 들러 직접 수압을 조절하고 물 절약 홍보물을 배포했고, 주민 대상 물 교육 강좌도 자주 열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해 5월에 내린 단비로 가뭄이 해갈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절수기 설치 지원 사업은 중단됐고 빗물저금통 설치 지원 사업도 2023년을 끝으로 끊겼다. 시민 사회의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 매주 금요일 광주 시청 사거리에서 진행하는 기후위기 금요행동에에서 ‘가뭄’ 의제가 사라졌다. 한동안 ‘물’을 소재로 진행했던 환경 교육 프로그램도 주제가 바뀌었다.

여러 재난 가운데서도 가뭄은 유독 빠르게 잊혀진다. 윤현철 박사(국립재난안전연구원)는 “가뭄이 발생하면 걱정하고 패닉에 빠졌다가도 비가 오면 관심이 사그라든다”며 “가뭄은 쉽게 잊혀지는 재난”이라고 했다.

2023년 광주·전남 가뭄 시기 광주광역시 광산구 자원봉사 활동가가 절수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민정씨 제공

2023년 광주·전남 가뭄 시기 광주광역시 광산구 자원봉사 활동가가 절수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민정씨 제공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강도 높은 가뭄은 더 잦아질 것이 유력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기후센터가 낸 ‘국내 가뭄에 대한 미래 전망 분석 결과’를 보면 고탄소 시나리오 기준에서 미래에는 가뭄이 심화된다. 봄에는 남부지역에서 심각한 가뭄(D2)이 나타나고,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D3)가 빈번히 발생한다. 남부지역은 가을에도 극심한 가뭄(D3)이 잦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은 2023년 낸 가뭄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가뭄이 2~3년에 한번씩 발생하는 추세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가뭄의 심도와 발생빈도가 증가한다는 전망에 따라 지자체 중심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가뭄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돌발가뭄’도 잦아지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가뭄은 내리는 비의 양이 부족해 수개월에 걸쳐 발생했다면, 이제는 기온 상승의 여파로 물이 증발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2~3주만에 나타나는 ‘돌발 가뭄’도 자주 발생할 수 있다. 2018년의 봄철 강수량은 역대 세 번째로 많았지만, 짧은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3주 만에 전국 150개 시·군에서 물 부족 피해를 입었다.


가뭄 관련 이미지. unsplash

가뭄 관련 이미지. unsplash


에너지·기후정책 연구단체 넥스트는 “돌발가뭄 횟수와 지속기간은 2010년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며 “‘비가 오면 가뭄 걱정은 없다’는 낙관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는 가뭄 대책은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지고, 지자체의 역할이 배제된다는 한계가 있다. 윤 박사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가뭄 대책은 주로 관로공사 등 토목 공사 중심이기 때문에 실행 과정에서 예산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며 “가뭄에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가도 홍수나 산불과 같은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가뭄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뭄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체계에서 돌발가뭄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국내 가뭄 예·경보 체계는 가뭄을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고 월 단위를 기준으로 한다.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 변화는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다.


정지훈 세종대 교수(환경융합공학과)는 “지금까지 가뭄 대책은 기존 통계를 토대로 사후 대응하는 방식으로 세워졌다”며 “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돌발가뭄은 이전 통계만으로는 예측이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예측 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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