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회담
저 펜…꽤나 마음에 드는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에 관심을 보이자 즉석에서 선물했다. 워싱턴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트럼프, 이 대통령의 방명록 서명용 펜에 ‘관심’…즉석 선물
경주 APEC 정상회의 초청에 “완전한 지원 받게 될 것” 화답
예상보다 긴 146분 회담·오찬…트럼프 “대단한 협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5일(현지시간)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하루였다. 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돌발적인 SNS 글로 긴장감이 고조되며 시작된 회담은 이 대통령의 순발력 있는 대처로 분위기가 전환되며 서로에 대한 덕담으로 마무리됐다.
회담을 불과 3시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그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가짜뉴스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있었다. 백악관 요청으로 회담 시간까지 지연되면서 한국 측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낮 12시를 30여분 넘긴 12시33분 백악관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초조한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렸고 마중 나온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방명록에 “한·미 동맹의 황금시대 강하고 위대한 미래가 새로 시작됩니다”라고 쓴 뒤부터 얼어 있던 분위기는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영어와 한국어 중 어느 언어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며 대화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서명할 때 사용한 대통령실 제작 펜을 보면서 “두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며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갈 거냐”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선물로 증정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하시는 아주 어려운 그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가시기 전에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받은 선물을 봤는데, 사진첩이더라”라고 말했다.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시작된 회담은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피스 메이커 역할이 정말로 눈에 띈다” “실제로 성과를 낸 경우는 처음”이라는 등 한껏 치켜세웠다.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지며 30분으로 예상했던 공개 회담 시간은 53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글에 대한 기자 질의가 나오자 “정보기관으로부터 교회 습격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고 특검에 의해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저의 통제하에 있지 않지만 검사들이 하는 일은 팩트체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라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나를 확인한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전환한 후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열린 확대회담과 오찬은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를 끌어올린 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0월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초청 의사를 전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권했다.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친밀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이 대통령을 극찬한 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써 전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을 향해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여자 프로선수들의 골프 실력이 왜 좋은지” 물었고, 이 대통령은 “손재주가 좋은 민족적 특성과 연관 있는 듯하다”고 답했다.
예정보다 길게 진행된 오찬을 마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며 이 대통령과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눴다. 146분의 정상회담과 오찬을 마친 이 대통령의 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피습 당시 사진이 담긴 책자가 들려 있었다. 이 대통령이 받고 싶은 선물이라고 말한 사진첩이었다.
워싱턴 |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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