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현대건설 '인니 화력발전소 뇌물 사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이유는

한국일보
원문보기

현대건설 '인니 화력발전소 뇌물 사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이유는

속보
철도 노조 파업 유보…열차 정상 운행 예정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한 주민 폭력시위
'시위 무마 대가' 군수 요청에 돈 전달해
검찰 "부정 목적 없어…직원 안전 위해"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연합뉴스


검찰이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현지 공무원에게 억대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현대건설 임직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임직원이 현지 직원들을 보호하려고 금품을 건넸기 때문에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홍용화)는 26일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무마하는 대가로 현지 군수에게 5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국제뇌물방지법 위반)를 받는 현대건설 임직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현대건설은 2015년 11월 찌레본 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이후 본격적인 건설에 나서자 현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착공 이후 9개월간 수십~수백 명 규모의 시위대가 공사 현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돌멩이를 던져 현장 주변 펜스를 무너뜨리거나 폐타이어에 불을 지르면서 폭력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순자야 군수는 현대건설 측에 '시위 진압을 원하면 17억 원 상당의 자금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들은 이를 거부하다 결국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순자야 군수와 협상해 5억5,000만 원을 건넸다. 순자야 군수는 2019년 2월 현지에서 기소돼 같은 해 5월 매관매직 혐의로 징역 5년, 벌금 1,700만 원이 확정됐다. 별개의 뇌물수수 사건들도 포착돼 2023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국제공조수사·압수수색 거쳤지만... "범죄 성립 안 돼"


현대건설과 관련한 혐의는 현지 수사·재판 과정을 소개한 언론 기사로 알려졌다. 당시 인도네시아 언론은 순자야 군수의 판결문에 군수가 주민 민원 무마 명목으로 "현대건설로부터 6차례에 걸쳐 5억5,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 기사를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려고 전방위 수사를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계동 현대건설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인도네시아와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4,000쪽 분량의 수사자료를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출장조사를 통해 현대건설 대관 업무 등을 담당한 제너럴 매니저(GM)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도 조사했다.


검찰은 오랜 수사 끝에 해당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사건의 공소시효는 올해 10월 1일 만료 예정이었다. 검찰은 치안 유지 대가로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부패 공무원들에게 직원들의 신변 보장을 위해 돈을 교부한 사안에 대해선 국제뇌물방지법상 구성 요건인 '국제상거래와 관련한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앞으로도 국제상거래에서의 뇌물범죄에 엄정 대응함과 동시에 기업 활동에 대해 신중한 국가형벌권 행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