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의 공식 의제는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제조업 공급망 협력이었지만, K푸드와 K뷰티, K패션 같은 생활문화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외교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조선업을 잘한다"며 "우리는 한국이 미국으로 와서 조선소를 세우고 우리가 다시 선박을 만드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군사 장비 주요 구매국 가운데 하나이며, 논의할 무역 관련 사안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지키는 기간에 미국의 역할을 넘어서서 새롭게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눈에 띈다"며 "세계 지도자 중 평화 문제에 이처럼 관심을 갖고 실제 성과를 낸 경우는 처음 본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군사·안보 현안을 넘어 경제·통상 안정화와 미래형 동맹 확장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정상회담의 표면적 의제는 첨단 제조업 중심의 공급망 강화였지만,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기업들을 보면 파급력은 소비재 산업으로까지 확대된다. 특히 CJ그룹이 유일하게 K컬처 대표 기업으로 동행하면서, K푸드·K뷰티·K패션이 한미 경제협력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슈완스(Schwan’s) 인수 이후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북미 최대 규모 아시안 식품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7년 완공되면 비비고 만두와 에그롤 등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매장을 미국 전역에 170여개 운영하며 조지아주에 제빵 공장을 건설 중이고, CJ대한통운은 시카고와 뉴저지 등에 물류센터를 세워 북미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K뷰티 역시 북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미주 매출이 전년 대비 83%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섰고, 이는 K뷰티의 무게중심이 아시아에서 서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션 산업도 K컬처와 결합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K팝 아티스트들의 의상과 스타일이 곧바로 글로벌 소비로 이어지며, 한국 패션은 콘텐츠와 함께 소프트파워 외교의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과 군사 장비 협력을 직접 언급하고 이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라는 표현으로 화답한 데서 보듯 외교적 메시지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경제사절단의 구성을 감안하면 제조업 중심의 하드파워 동맹이 소비재 중심의 소프트파워 동맹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