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레미콘 규제의 역설①정부 '건설기계 수급 조절위원회' 개최
서울 여의도 공사현장에 있는 레미콘 믹서트럭/사진=레미콘 업계 |
정부가 16년째 한 대도 늘지 않은 영업용 '콘크리트(레미콘, Ready-Mixed Concrete) 믹서트럭'의 증차 여부를 곧 결정한다. 올해 증차를 확정하면 2009년 이후 신규 영업용 믹서트럭 등록이 불가했던 규제가 풀리는 셈이다. 믹서트럭이란 건설기계 차량의 하나로 공장에서 미리 섞은 레미콘을 수송하는 차량을 말한다.
26일 국회와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경 1차관 주재로 '제2차 건설기계 수급 조절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레미콘 믹서트럭 등 건설기계 차량 증차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가 이 회의 결과를 토대로 올해 말 증차 여부를 최종 확정하면 2026~2027년까지 앞으로 2년간 적용된다.
국토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 조절위원회'는 건설기계의 공급과잉으로 가동률 저하나 과도한 덤핑경쟁 및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수급 조절을 하는 회의체다. 2009년 최초 시행했고 2년마다 회의를 열고 있다. 회의엔 국토연구원과 건설기계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여기서 다루는 건 △레미콘 믹서트럭 △덤프트럭 △콘크리트 펌프카 △소형타워크레인 등 4개다. 그런데 제도 시행 이후 16년간 믹서트럭만 단 한차례도 증차가 허용되지 않았다.
정부는 그간 2년마다 회의를 열기 전에 용역을 발주하고 이 자료를 근거로 "건설경기 전망 부진에 따라 레미콘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돼 믹서트럭의 수급조절을 유지(증차 제한)키로 했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부진했던 2023년엔 덤프트럭은 매년 3%씩, 펌프카는 매년 5%씩 사업용 신규등록을 허용하는 등 수급조절을 완화했다.
믹서트럭만 증차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이 시장엔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신규 트럭 등록이 안돼 경쟁이 사라진 탓에 지난 2009년 이후 올해까지 레미콘 가격은 62.6% 상승한 데 반해 운반비는 2배 이상인 150% 가까이 올랐다. 또 믹서트럭 운전자 절반 이상이 60∼70대 고령자들이다. 여기에 믹서트럭 번호판은 수천만원에 거래되는 사례도 있다.
업계에선 이런 영향으로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카르텔이 커졌다고 본다. 지난 2009년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 시행으로 신규등록을 제한(경쟁금지)하자 기존 사업자들은 2012년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전운련)를 만들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합회(한국노총) 소속인 전운련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개인사업자들의 단체행동'을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대표적인 집단행동 사례를 보면 △2016년 오전8시~오후5시 제한적 운행 강행 △2019년 운송비 30%대 인상요구로 울산지역 66일간 조업중단 △2020년 5월 부산·경남지역 15일간 및 6월 광주전남지역 10일간 조업중단 △2021년 3월 토요휴무제 시행 △2022년 10월 서울 4대문 운송비 인상요구 운행거부 및 운송비 6만원 추가 인상 △2024년 7월 운반비 인상요구 불법파업 진행 △2025년 7월 천안아산지역 운반비 인상요청 파업 진행 등이 있다.
이처럼 공고한 전운련의 카르텔 탓에 레미콘 제조사는 레미콘 운송차량의 부족을 비롯해 주기적인 운송사업자들의 납품 불이행까지 겪으며 심각한 경영 차질을 빚고 있다. 아울러 운송비 급등을 비롯한 시장 왜곡 현상으로 건설비용 및 분양가 상승 등 국민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간접자본(SOC) 확대와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기대로 레미콘 출하 확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선 2026년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대규모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건설경기가 풀리기전에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건설기계 수급 조절제도는 지난 16년 동안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는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튼튼한 방패막이 됐다"며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콘크리트 믹서트럭은 조절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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