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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불법하도급 막으려면 종합-전문건설 업역 재정립해야"

이데일리 남궁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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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불법하도급 막으려면 종합-전문건설 업역 재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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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건설協, 설립 40주년 맞아 건정연과 국제세미나
2018년 이후 붕괴된 '종합-전문건설 업역' 화두로
"공사 따내려 저가수주 경쟁…품질·안전까지 위협"
"전문건설 배타적 시공권한 정립해 역량 축적 도와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우리나라는 ‘토목건축면허’를 딴 종합건설업체라면 도급 자격과 동시에 한 번도 시공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직접 시공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자동으로 생긴다. 이게 과연 건설 품질과 안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칼을 빼든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선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면허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면허만 보유했을 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종합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전문공사 수주에 나서면서, 국내 건설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저가 수주 경쟁’, ‘불법 하도급’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이 26일 서울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전문건설협회)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이 26일 서울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26일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한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전문건설협회 설립 4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건설 미래 100년을 위한 전문건설업의 가치와 역할’이란 주제로 미국과 영국, 일본, 그리고 국내 전문가들의 관련 발표가 진행됐다.

세미나에 앞서 브리핑에 나선 박승국 건정연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을 구분하는 이원적 업종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서 전문건설업의 가치는 직접시공 역량을 키우고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는 등 전문성을 고도화시키는 데에 있다”며 “이같은 시스템 속에서 2018년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이 발표된 이후 하나의 전문공사에 종합-전문건설업체가 함께 경쟁하는 틀로 바뀌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생산구조가 최근 국가적 화두가 된 건설현장 안전관리와 불법 하도급 문제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건설업체들은 공사를 따내기 위해 저가 투찰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든 이익을 남겨야 하니 결국 시공 품질 확보를 위한 비용, 간접비 형태로 지급되는 안전비용 절감을 시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공생발전을 위한 전문건설의 가치와 비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호일 건정연 부연구위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국내 면허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토목건축면허를 보유할 경우 전문건설업종 14개 중 11개 공사를 시공할 수 잇는 구조여서 전문성이 없는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종의 공사를 수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한 전문건설업체의 성장사다리 부재 △전문건설업체의 상호시장 진출 진입장벽 △품질 및 안전문제 발생 등 문제를 야기한다고 봤다.

특히 이 부연구위원은 “전문건설업 면허에 대한 배타성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인정해 종합건설업은 기획·관리·조정 위주로, 전문건설업은 해당 공종의 시공 위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또 전문건설업체들이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쌓아 종합건설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건설 사다리’를 마련하고, 종합건설업 면허의 포괄적 수행 허용 범위 제한 및 종합건설업 간 하도급 금지 등을 통해 전문건설업 업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카니사와 히로타케 일본 시바우라 공업대학 교수, 김성대 미국 테네시대 공학관리학과 교수, 브루스 총 영국 ARUP 홍콩지사 펠로우&디렉터 등 해외 전문가들은 자국의 종합-전문건설업 공생 전략을 소개하며, 이같은 국내 전문건설업계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 일본의 경우 2종의 종합건설업(건축일식·토목일식)과 27종의 전문건설업으로 구분되며, 일식 면허를 가진 종합건설업체라도 27종의 전문공사는 전문건설업체만이 시공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카니사와 교수는 “전문건설업체의 독자적 직접시공 기술력과 지식이 일본 건설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한국도 전문건설의 전문성을 더욱 고도화해 생산성 제고와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