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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울상 스타트업은 활짝…‘더 센 상법’ 개정에 희비 엇갈렸다

이데일리 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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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울상 스타트업은 활짝…‘더 센 상법’ 개정에 희비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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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상법개정안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등
스타트업계 “기업 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총수 일가 입김이 센) 1세대 기업이나 재벌들은 주주와 이사회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걱정하겠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탄생부터 이사회나 투자자들이 들어와 있는 구조에요. (향후 기업이 성장해서 상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기업 운영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거의 없으시더라고요.”

스타트업 투자를 활발히 하는 한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 A씨는 정부의 상법 개정 방향에 대한 스타트업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투자유치나 상장을 위해 투자사,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2차 상법개정안이 특별히 더 부담을 주는 것으로 느껴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종료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종료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스타트업들은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았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에 이은 추가 개정안이다.

자녀 승계를 위한 대기업의 불공정 합병,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 전체가 저평가되고 있었다는 게 국내 상장 시 스타트업들의 고민거리였다. 현 정부의 상법 개정 방향과 같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추구하게 되면 스타트업이 국내 상장을 할 때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긍정적 반응의 이유였다.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인공지능(AI) 보건의료(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 B씨도 “감시자가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부담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회사가 외형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혼자 감수하는 것보다 여러 주체와 소통하며 성장하는 게 건전하고 건실한 성장을 주도하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세계적 기준에 맞춰져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비건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 C씨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주주, 이사회와 소통도 더 많이 하고 배당도 훨씬 많이 한다”며 “그간 상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가치가 떨어져 미국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국내 시장도 선진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간한 ‘주주 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가별 주주보호 정도를 G20(선진 20개국) 회원국 중 16개국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12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심지어 주주 환원 정책은 16개국 중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주주 환원 정책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가치를 낮추고 있다는 게 해당 보고서의 분석이었다.

다만 이번 상법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이념적 영역이 많이 개입한 만큼 향후 구체적인 방향을 정립할 때 업계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정치적인 영역에서 밀고 나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어 무조건 스타트업계에 좋다고 판단하기는 섣부르지만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