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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뛰어난 무기 많이 구매 기대"… 안보 청구서 내민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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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뛰어난 무기 많이 구매 기대"… 안보 청구서 내민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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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때린 B-2 전략폭격기 언급하며
자국 군사장비 우수성 강조한 트럼프
북한도 민감한 B-2는 수출 제한 자산
"골든돔 투자 등 실질 협력방안 필요"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동원된 스텔스 폭격기 B-2. 미 공군 제공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동원된 스텔스 폭격기 B-2. 미 공군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첨단 전략 폭격기 B-2 '스피릿'을 언급하며 "한국이 미국의 뛰어난 군사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맹국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국방비 인상이 미국산 무기 구매와 연계됐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미국 군사장비 주요 구매국 중 하나"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란 핵시설 파괴에 투입됐던 B-2 폭격기를 들었다. 트럼프는 "36시간 동안 작전을 수행하며 모든 폭탄이 목표를 명중시키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며 "한국의 군사장비 구매에 대해서도 얘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B-2는 미국이 수출을 제한하는 전략자산이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핵무기와 핵물자 △첨단 항공기와 전략 폭격기 △우주·미사일 기술 △군사 통신용 암호화 장비와 보안 소프트웨어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B-2를 콕 찍어 언급한 것은 한국에 필요한 정밀 타격 능력을 가장 잘 보여줄 무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지하 벙커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B-2를 언급함으로써 미국 무기의 우수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뉴시스


북한은 B-2 같은 미국 전략 폭격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B-2가 한반도에 전개된 건 2013년 딱 1차례다.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2 2대가 한미연합 독수리훈련에 참가해 훈련탄을 투하하며 실기동 훈련을 했다. 당시 북한은 3차 핵실험(2월)을 단행하고 유엔(UN)의 대북제재 논의에 반발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B-2가 뜨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하 벙커로 피신해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하고 전략 로켓군에 사격 대기를 지시하며 최고 수준의 전투근무 태세를 발령했다.

B-2는 B-1B '랜서', B-52 '스트래토포트리스'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 폭격기로 꼽힌다. B-2는 그중 가장 뛰어난 스텔스 기능을 갖췄고, 벙커버스터 폭탄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대속도는 마하 0.95, 항속거리 1만1,100㎞, 폭탄 탑재량 18톤이다. 또한 B-2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폭격기로, 대당 가격은 2조7,000억~3조 원으로 추정된다. 운용·유지비용도 높아 비행 1시간당 약 2억 원이 소요된다. 당초 132대를 도입하려 했던 미국 역시 고비용과 관리의 어려움으로 실제 21대(시제기 포함)만 생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실성 없는 B-2보다 F-35의 추가 구매 문제가 핵심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골든돔' 개발에 투자하는 식으로 미국 요구를 충족하면서 우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협력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 위원은 "공대공 미사일이나 장거리 타격 무기, 드론전 무기체계 개발 협력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