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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거주 아니고 대출” 오늘부터 시작된 외국인 토허제, 전문가 쓴소리[부동산360]

헤럴드경제 윤성현,신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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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거주 아니고 대출” 오늘부터 시작된 외국인 토허제, 전문가 쓴소리[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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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해소 명분 내세웠지만 집값 억제 효과는 불투명
전문가들 “국민 불안 심리 의식한 규제 우려” 지적
서울시 구로구 일대 주택가 모습. 정주원 기자

서울시 구로구 일대 주택가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윤성현·신혜원 기자] 오늘(26일)부터 서울 전역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이번 규제는 투기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을 매수하는 외국인에 대해규제를 적용해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지만 실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량이 많은 수도권 지역은 기존에도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집중된 곳이라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2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경기, 인천 등 각각 지역에서 외국인의 주택 매매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은 서울 구로구(23건)와 강서구(15건), 경기도 화성시(63건)와 시흥시(58건), 인천 부평구(70건)와 미추홀구(54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대규모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투기성 부동산 거래보다 실거주 목적의 외국인 수요가 집중된 곳에서 거래가 활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적별 통계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한 외국인 부동산 매매 23건 가운데 21건이 중국 국적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역시 63건 중 52건, 인천 부평구는 70건 가운데 61건이 중국인 거래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두고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 심리 안정과 투기 억제 차원에서 한시적 효과가 있을수 있지만 외국인의 주택 매입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집값 안정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외국인 매수세가 줄면서 불안정한 시장 심리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기존에도 외국인 거래가 전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번 조치는 국민 불안 심리를 과하게 의식한 규제”라고 평가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또한 “외국인이 주요 지역 부동산을 전액 현금 및 신고가로 매수한 사례가 나오고 그것이 일부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실제 거래가 활발한 지역은 인천과 경기권 빌라·다세대 주택이라 외국인 거래가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국토부 조사 결과에서도 외국인 수요자가 서초, 용산 등 주요 지역의 수십억대 고가주택을 전액 현금으로 매수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던 만큼 소수의 투기 수요를 배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외국인 소유의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기 어려워 이번 조치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인지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실거주 수요 확인’ 및 ‘투기수요 배제’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출규제 부분에선 내국인과의 형평성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 위원은 “외국인의 부동산 구입을 완전히 차단할 지 아니면 일정한 선에서 허용할 지에 대한 기준 수립이 선행되어야 적절한 규제 수준을 정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단순 허가제 이상의 기준을 정해놓고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는 외국인에 대한 주택구입 금지법(Prohibition on the Purchase of Residential Property by Non-Canadians Act)에 따라 2023년부터 영주권자가 아닌 외국인의 주택 매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급등하는 집값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된 이 조치는 당초 2025년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적용 시한이 2027년까지 늘어났다. 호주는 외국인이 신축주택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고 연간 6개월 이상 비워 두면 공실세가 부과된다.

싱가포르는 사실상 외국인의 민간주택 거래를 차단할 만큼의 추가인지세(ABSD) 60%를 부과하고 있다. 과거 30%의 세율이었지만, 2023년부터 60%의 세율로 인상됐다. 스위스 역시 ‘렉스 콜러(Lex Koller)’ 법에 따라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허가제로 제한하고 있다. 일정 기간 거주 허가를 보유한 경우를 제외하면, 행정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거래는 원칙적으로 무효 처리된다.


한편 지난 22일 국토부는 내일부터 외국인이 서울 전역과 인천 7개 구, 경기 23개 시·군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외국인이 해당 지역 주택을 매매할 경우 지자체의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4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실제 입주해야 하며 취득 후 2년간은 실거주해야한다. 이를 어기면 지자체장이 이행 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매년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외국인이 거래 과정에서 제출해야 할 자금조달계획서 역시 강화됐다. 해외 차입이나 예금 송금이 포함될 경우 금융기관명과 차입·송금 규모까지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돼 자금세탁 등 불법 여부 조사도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