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언젠가 더 많은 거래 확신”
인텔 “사업 전반의 리스크, 소송 역시 우려”
인텔 “사업 전반의 리스크, 소송 역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UPI]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미국을 위해 그런 거래(정부의 인텔 지분 취득)를 하루 종일이라도 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를 스스로 치켜세우는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서는 이번 지분 확보가 “사업 전반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크게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은 2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이번 미국 정부의 투자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 인텔 보통주 4억3330만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 총 투자액은 89억 달러로 지분은 약 10%다. 주식 매입 대금 89억달러는 반도체법에 따라 승인된 보조금 중 아직 지급되지 않은 57억달러와 국방부의 ‘보안 반도체 독립화’(Secure Enclave program)에 따라 배정된 32억달러에서 충당된다. 반도체법에 따라 배정된 보조금 79억달러 중 22억달러는 이미 받았다.
인텔은 우선 정부의 지분 투자로 해외 매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가 되면서 해외에서 추가적인 규제를 받을 수 있고, 해외 보조금을 받는 데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기와 인텔(Intel) 칩.[로이타] |
미 정부는 이번 투자로 인텔 지분을 8.92% 보유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제치고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된다. 지난해 인텔 매출의 76%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그중 중국 매출이 전체 29%를 차지했다. 인텔은 또 미국 정부에 발행되는 주식이 현재 시장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책정돼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가 매입하기로 한 인텔 주식은 1주당 20.47달러로, 지난 22일 종가(24.80달러)보다 약 20% 낮은 수준이다.
미 정부가 법률·규제 측면에서 갖는 막강한 권한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주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거래와 관련해 소송이나 정치적·공적 감시 강화 가능성이 있고, 워싱턴의 정치 지형 변화가 거래를 무효로 하거나 주주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에 대해 문제 없다는 제스처이다.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인텔(지분 취득)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것의 가치는 약 110억 달러에 이른다. 그 모든 것이 미국으로 간다. 왜 ‘어리석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느냐”고 반문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또 미국과 그렇게 수익성 있는 거래를 맺는 기업들을 도울 것이다. 그들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는 게 정말 좋다. 이는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든다.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준다. 누가 이런 거래를 원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인텔에 이어 앞으로 미국 정부가 다른 반도체 기업이나 다른 산업의 기업 지분도 취득하는 거래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CM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인텔 지분 취득이 보조금을 주는 다른 산업들이나 AMD나 TSMC 같은 AI 또는 반도체 기업들의 지분을 취득하는 정부의 더 큰 노력의 시작이냐’고 묻는 말에 이러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정부가 인텔의 기업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경우는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매우 매우 특별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인텔의 연례 제조 기술 컨퍼런스에서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이어 “하지만 대통령은 선거 운동 때부터 미국이 궁극적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면 훌륭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왔다”며 “따라서 언젠가(at some point) 이 산업(반도체 산업)이 아니면 다른 산업들에서 더 많은 거래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재무부와 상무부에 국부펀드 설립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틱톡을 국부펀드에 넣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명식에 배석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향후 12개월 내로 국부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해싯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라며 금융위기 이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사례를 언급했다. 또 이번 조치가 더 많은 기업이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관세 부과를 포함한 행정부 전략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대 주주가 되는 이번 지분은 “의결권이 없는 비의결 지분”이며 인텔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