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상대 존중 접근방식, '경제·안보 동맹 강화' 포괄적 의제 수행에 기여"
회담 전 트럼프 폭탄발언…"동맹에도 '변덕',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경고가 따뜻한 환영으로 바뀌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지켜본 AP통신의 기사 제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양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이날 회담은 시시각각 냉·온탕을 오갈 만큼 극적이었지만 이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제목)이 트럼프 대통령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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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시작 전까지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3일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된 일본을 건너뛰고 급하게 미국으로 향하면서 이상기류가 포착됐다. 이날 정상회담 예정시간을 2시간 30분여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폭탄 발언'으로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백악관을 찾은 일부 정상을 상대로 통상적인 외교 관례에서 벗어나 '공개 망신'을 주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복 공격'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5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공개 망신을 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막상 회담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매복 공격'이나 예상 밖의 요구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게시글과 관련한 비상계엄·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의 오산 공군기지·여의도 순복음교회 압수수색에 대해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설명을 듣고 자신이 발언이 "오해였다"고 말했다. 생중계 공개회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2시간 20분 동안 이어진 공개회담과 후속 업무오찬이 끝난 뒤 백악관을 떠나는 이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백악관 실무자가 배웅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다시 한번 우려가 불거졌지만 회담은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전사'라며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재진을 만나 "이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라며 "한국의 좋은 대표자"라고 치켜세웠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인 태도 변화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치밀하게 파악해 회담을 준비한 이 대통령의 협상 전략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한 뒤 이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긴장감을 피했다"며 "이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리모델링과 전 세계 평화중재 노력 등에 대해 칭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에 이 대통령에게 '습격'에 대해 추궁했지만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선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신호였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
AP통신은 "이날 우호적인 모습은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과거 회담에서 교훈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했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능력을 강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 데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양 정상이 서로에 대한 칭찬과 한미 경제와 안보 관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를 치켜세우며 환심을 산 달변가였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상대를 존중하는 이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미국과의) 교역 관계와 안보·국방을 중심으로 한 오랜 동맹을 강화하려는 보다 포괄적인 과제 수행에 기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말을 좀더 기꺼이 받아들이고 의제를 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 대통령이 회담을 잘 준비했다"며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양국 사이에 긴장 요소가 남아 있지만 북한과의 대화 중요성에 대해 양국 정상이 동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협력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폭탄발언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어떻게 전개되든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얼마나 신뢰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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