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애초 미국의 과도한 요구로 회담이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두 정상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가 약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날 두 정상은 공개로 진행한 소인수 회담을 약 57분간 진행했다. 애초 정오(현지시각)에 열릴 예정이었던 회담은 미국 쪽의 요청으로 약 43분 늦은 오후 12시43분에 시작됐다.
우려와 달리 먼저 손 내민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한국 쪽에서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저는 그 점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얻게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쪽에서 관세 세부 항목에 대해 한국 쪽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교적 온건한 어조로 열린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며 먼저 손을 내민 셈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최고치를 경신한 다우존스 지수를 언급하며 "아주 훌륭하게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덕담을 건네며 호응했다.
탐색전을 마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줄 것을 집중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그 평화를 좀 만들어 주셔서 김정은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주고, 그래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정말 세계사적인 평화의 메이커의 역할을 꼭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 대통령, 누구보다 북한 문제 해결 의지 강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고 난 다음에 두 번의 정상회담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했고 상당히 친해졌고 또 더 중요한 것은 둘 다 존경심을 서로에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께서 한국의 어느 지도자보다도 북한의 좀 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그런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도와줄 것”이라며 “한국의 많은 지도자와 만나봤지만, 그들 대부분은 북한과 관련해 적절한 접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님의 접근 방식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제가 직접 관여해 해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대통령님뿐”이라며 “대통령님이 ‘평화를 만드는 사람(peacemaker)’이 된다면, 저는 그 곁에서 페이스 메이커(pacemaker)’가 되어 돕겠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을 마친 후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양국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주한미군 유연성과 관련해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미국에 넘겨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원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한국에 우리가 큰 기지(fort)를 가진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소유권을) 원한다. 우리는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고 우리가 엄청난 군을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은 미국의 훌륭한 동맹국이다. 다만 한일 간 관계를 조율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며 “주로 ‘위안부 문제’ 때문에 양국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고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한일관계도 어느 정도 수습돼야 한다”며 “그래서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기 때문에 내가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미리 일본과 만나서 대통령이 걱정할 문제를 다 미리 정리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를 부각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한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APEC에서 김정은 만나면 좋을 것”
우려했던 대중국 압박 요구도 공개발언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 올해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갈 수 있다”고 했다. ‘참석하면 김 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엔 “(이 대통령이) 만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가”라며 “어려운 질문이지만,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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