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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대화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와는 난 입장 달라”

매일경제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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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대화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와는 난 입장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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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기내간담회]

“난 여당 아닌 국민 대표해야”
반탄 野대표에도 협치 손짓
정청래 “내가 궂은일 하겠다”

“지지율 하락은 野전대 영향”
李, 사면·세제논란엔 말 아껴


일본·미국 순방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윤호중 행안부 장관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본·미국 순방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 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윤호중 행안부 장관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청래 체제가 들어선 이후 여야 대표 간 대화가 끊겼으나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야당과 협력 의지를 강조하면서 여권 내부에서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미국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여야 협치를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국민의힘 해산을 부르짖으며 대화를 단절했던 여당 지도부와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김문수·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탄핵에 반대하고 내란에 동조한 것 같은 정치인 지도 그룹이 형성되면 용인할 것이냐는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대통령 입장에선 그런 사람들이 뽑히더라도 뽑은 사람들도 국민”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당이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며 국정 운영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민의힘·개혁신당 지도부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국민임명식에 초청했으나 불발됐다. 정국이 얼어붙으며 ‘반쪽 임명식’에 그쳤던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다소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 얘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기는 당 대 당으로 경쟁하는 입장이지만 저는 양자를 통합해서 대한민국 전체를 지휘해야 될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야당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핵 반대 세력이 당권을 잡으면서 대화 공간이 부족해지더라도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여당과 의지·협력하는 관계가 깊지만 야당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힘들더라도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정 대표의 ‘출구’를 직접 열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일본·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성과 설명을 위해 여야 지도부와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당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한 바 있다.

이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정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라며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야를 다 아울러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도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라며 역할 분담에 방점을 찍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여당 역시 야당이 역사적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로잡아 내란을 종식하고 민생을 챙길 수 있는 관계를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제1 야당도 국회에서 국정 논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국민 생명까지 위협했던 행태와 결별하고 국회로 돌아와 여당과 대화하길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날 기내 간담회에서는 지지율 하락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광복절 사면·복권을 기점으로 이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전당대회를 하면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계속되며 ‘컨벤션 효과’ 때문에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안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세금을 없애주겠다고 하면 인기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나라 살림이 망가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특별사면이나 민주당의 입법 강행과 같은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에 “일각에서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가진 것도 인정한다”며 “일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의미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 삶의 조건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하락세는 일단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8~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 지지율은 51.4%로 집계됐다. 지난주보다 0.3%포인트 오르면서 3주 만에 상승세로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다만 부정평가도 0.4%포인트 늘어난 44.9%를 기록하며 긍정·부정평가 간 격차는 6.5%포인트로 좁혀졌다. 리얼미터는 미국·일본 순방 준비,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준비 같은 외교안보 이슈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도 광복절 특사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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