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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18년 표류’ 끝낼 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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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18년 표류’ 끝낼 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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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6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 요구 1만인 서명 - 새로운 민주주의 차별금지법과 함께!’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국정과제로 삼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6월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 요구 1만인 서명 - 새로운 민주주의 차별금지법과 함께!’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국정과제로 삼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김보라미 |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환영한다.



원 후보자는 지난 18일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불합리한 차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할 구제수단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과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국민적 합의로 그 필요성을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드디어 국무위원 후보자 중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해 적극 언급한 것으로, 18년간 표류해온 차별금지법이 제대로 된 공론화를 거칠 단초가 마련되었다.



차별금지법의 여정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됐다. 법무부가 2007년 처음 발의한 이후에도 여러차례 발의되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폐기되거나 철회되어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차별금지법 제정은 외면당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대선에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극우집단과 결합하여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보였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특정 종교단체의 신념에 따라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펼쳤다. 인권위는 그간 김용원 등 일부 상임위원들로 인해 진정 사건을 무더기로 각하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 선동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변희수재단 법인 허가 신청 후 1년이 넘어가는데도 지금까지 이유 없이 공전되고 있다. 인권위는 2020년 6월30일 “국제사회의 지속적 권고 사항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21대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의 절박함을 촉구했던 곳임을 생각하면 현재 상황은 더욱 안타깝다.



202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곳 중 차별금지법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그나마 일본도 2023년 ‘성적지향 및 젠더 아이덴티티의 다양성에 관한 국민의 이해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는 지난 18년 동안 무려 14회에 걸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왔다. 케이(K)-컬처(한류)를 외치면서도, 국제적 기준에 걸맞은 사회의 다양성과 인권보호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는 우리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인권위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이 67.2%, 우리 사회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66.6%에 이르렀다.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요구 사항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온라인 공론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사회개혁 과제는 ‘차별금지, 성평등, 인권, 소수자 권리’(25.9%)였다.



원 후보자의 발언은 분명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이는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에서 벗어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구체적 실천 방법과 정부안을 제시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의 정의를 법으로 명문화해 차별 행위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국제사회에서 성별, 인종, 피부색,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유전적 특징,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소수민족 구성원, 재산, 출생, 장애, 나이, 성적 지향 등 광범위한 차별금지 기준은 인간존엄성 실현을 위한 필수적 장치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 헌법과도 일치한다. 인권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 사회적 합의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18년간 표류는 충분했다. 민생 대통령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이야말로 그들 각자에게 절박한 민생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며 소수자의 생명줄이다.



원 후보자의 적극적인 발언과 실행력이 정부 전체의 변화로 이어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재명 정부의 역사적 업적으로 남기를 희망해본다. 다시 한번 외쳐본다.



이재명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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