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면을 보여주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또 하나는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공연이다. 얼핏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K-팝은 이제 ‘가능성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케데헌은 얼핏 B급 감성으로 보인다. 아이돌이 악령을 퇴치한다니 우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청자에겐 낯설지 않다. K-팝은 이미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훈련 시스템, 팬덤 규모, 무대 연출로 판타지를 살아왔다. 넷플릭스는 그 판타지를 아예 애니메이션 서사로 확장했다.
케데헌 속 아이돌은 노래와 춤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세상을 구하는 전사, 팬덤을 지키는 수호자로 그려진다. 이는 단순한 만화적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팬덤이 아이돌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겹친다. 아이돌은 단순히 노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나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존재, 위기를 이겨내는 동력이다. 넷플릭스가 포착한 건 이 심리적 진실이다. 아이돌=현대 사회의 수호신이라는 등가공식이니 귀신을 잡는다는 설정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현실에서는 또 다른 기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서울 KSPO돔을 가득 채운 것이다. 가상 캐릭터들이 스크린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제 공연장을 움직이고 팬들과 호흡했다. 팬덤은 함성을 보냈고, 눈물까지 흘렸다. 중요한 건 ‘플레이브가 가짜냐 진짜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팬들에게는 이미 진짜 경험이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현실 아이돌보다 더 완벽한 춤, 흔들림 없는 비주얼을 보여주니 감탄이 쏟아졌다. 공연이 끝난 뒤 남는 건 결국 경험된 감정이고, 그것은 가상이라도 현실보다 강력할 수 있다.
이쯤에서 질문이 생긴다. 왜 K-팝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K-팝은 음악을 파는 산업이 아니다. 세계관과 서사를 파는 산업이다. 팬들은 노래뿐 아니라 아이돌의 서사, 캐릭터, 세계관에 몰입한다. 그래서 무대가 만화로 옮겨 가도, 아이돌이 버추얼 캐릭터로 등장해도 그 몰입이 이어진다. 케데헌에서 아이돌은 귀신과 싸우고, 플레이브는 현실 무대를 점령한다. 하지만 둘 다 같은 구조다. ‘아이돌은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데려간다.’ 이게 K-팝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결국 케데헌과 플레이브가 보여주는 건 경계를 넘나드는 힘이다. 현실과 가상, 음악과 애니, 사람과 캐릭터의 구분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팬덤이 그 안에서 몰입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아이돌이 귀신까지 잡고 가상으로 무대를 뒤흔드는 시대, K-팝은 단순한 장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앞으로 열릴 메타버스에 가상현실의 세계 XR·VR·AR 등에서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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