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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좌파가 ‘트럼프 정부 인텔 최대주주’ 환영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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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좌파가 ‘트럼프 정부 인텔 최대주주’ 환영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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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인텔의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가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의 지분 10%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인텔이 회사 지분 10%를 89억달러에 미국 정부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주식 매입이 이뤄지면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된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인텔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거나 다른 지배권을 행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주식 배당금 등으로 발생한 이익을 국민에게 나누는 정도로 그치겠다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가 미국의 경제 발전 요인’이었다고 보는 미국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현지시각) 사설에서 “워싱턴이 차이나타운이 되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은 인텔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을 줄일 것이고, 이게 바로 부분 국유화된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가장 심각한 위험은 앞으로 인텔의 결정이 상업적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끌려가게 될 것이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인텔이 직원 채용과 해고부터 사업 확장까지 여러 영역에서 집권 정당의 목표에 맞춰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린시컴 부소장은 경쟁사에 10년 넘게 뒤처진 인텔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정치적 고려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인텔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다른 미국 기업들도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인텔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짚었다.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보조금만 받는 다른 나라 기업과 비교하면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나 대만 티에스엠시(TSMC) 같은 반도체 회사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저비용으로 생산하면서, 자국과 미국 양쪽에서 보조금까지 받는다는 것이다. 마이크 슈미트 전 미국 상무부 반도체프로그램사무소(CPO) 소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반도체 과학법에는 기업이 큰 이익을 냈을 때 보조금을 반환하는 조항이 이미 존재한다”며 “보조금은 생산 목표, 공장 건설 진전도 등 여러 지표의 달성에 따라 지원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2018년까지 인텔 이사로 29년간 일했던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1990년대 인텔의 전성기를 이끈 최고경영자인 고 앤디 그로브(1936~2016)를 상기시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요피 교수는 “앤디는 정부의 개입을, 자만심을, 점진주의를 두려워했다”며 “앤디가 가장 우려했던 일들이 지금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인텔 주식 매입은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좌파 진영으로부턴 환영을 받고 있다 . 미국의 좌파를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지난 20일 “반도체 회사들이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후한 보조금으로 이익을 낸다면 , 미국의 납세자들은 그 투자에 대해 합당한 수익을 받을 권리가 있다 ” 고 말했다. 이어 샌더스 의원은 “납세자들은 인텔처럼 수익성이 좋은 대기업에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수십억달러의 기업 복지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며 트럼프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민주사회주의자인 앨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도 “트럼프는 우연히 내가 수년 전에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아이디어를 발견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두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2022년 반도체 과학법을 통과시킬 당시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 회사로부터 지분이나 담보 등을 받아야 한다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3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육성해 국민 지분이 30% 정도 되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비슷한 취지의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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