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북핵 관련 "강력한 국방력 기반 억제력 발휘"…트럼프-김정은 합의한 '싱가포르 합의' 계승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한일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리재명은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위인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을 향해 "제가 위인 되기를 기대하나보다 이 생각이 얼핏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일본에서 미국으로 가는 대통령 전용 공군 1호기에서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관련 질의를 받고 "김 부부장의 그 성명을 보고 화가 나거나 전혀 그러진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 정부에서)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심히 자극했던 것 같은데,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참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한편으로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제가 그쪽 편드는 종북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국정을 하다 보면 외교·안보 정책을 판단하다보면 상대의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며 "김여정 부부장이든 김정은 위원장이든 그들의 입장이 있을 테니 그 입장을 고려해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대로 강력한 국방력과 억제력을 기반으로 대화하고 소통해서 군사적 충돌 위협을 최소화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대한 확보해서 경제 안정도 누리고 국민 불안도 줄이고 충돌의 위험성도 줄이면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하는 거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20일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위인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남북 관계 개선 구상에 대해서도 "마디마디가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개최가 예정된 상황이 2018년 남북 대화가 이뤄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과 유사하다는 질의에 "구조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제가 보기엔 전혀 비슷하지 않다"며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불신도 매우 깊어졌고, 적대감도 매우 커졌고, 북한의 핵무기 또는 미사일 개발 정도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주변국 관계도 많이 나빠졌다"면서도 "그러나 문제 해결의 방향과 목표는 똑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 소통, 협력의 필요성 등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한반도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더구나 세계 평화나 다른 나라 입장, 동맹의 입장보다 자국의 이익이 더 중요한 그런 상황"이라며 "주변 국가들을 총력을 다해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대화를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을) 동결 말고 중단하고 축소하고 종국에 가서는 비핵화하는 게 맞겠다는 제 바람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트럼프 대통령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서 한 합의의 핵심적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지칭한다. 당시 미북 양국의 공동성명에는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송환 등 총 4가지 원칙이 담겼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싱가포르 원칙'을 계승한다는 입장이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합의한 사안으로 한미 양국이 북한과 관련해 특별히 전향적인 입장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에서 양국에 부담이 덜한 의제다. 관련 의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대화를 공개적으로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한편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동생이자 북한 내 실세이지만 이 대통령이 급이 낮은 노동당 부부장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부부장이 윤석열·문재인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여러차례 낸 적은 있지만 대북 유화책을 냈던 문 전 대통령 조차도 기자간담회 등에서 김 부부장을 직접 거론한 전례는 없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워싱턴D.C.(미국)=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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