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클라우드·가상화 통합 솔루션 VM웨어가 브로드컴에 인수된 이후 가격 정책이 급변하면서 기존 기업 고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요금을 감당하거나 제한된 오픈소스 대체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공공과 금융, 제조 영역은 가격 부담과 해외 솔루션 종속 문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산 기술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등장한 기업이 바로 아이에이클라우드(iA cloud)다.
아이에이클라우드는 자동차 전장·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아이에이가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1월 설립한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티맥스클라우드의 서버 가상화 사업 부문을 287억원 규모로 인수해 출범했으며 이 과정에서 핵심 인력과 10년 이상 축적된 가상화 소프트웨어 역량을 그대로 승계했다. 모회사 아이에이는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지원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진승의 대표는 "신생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기간 연구에 몰두하며 쌓아올린 기술 역량과 베테랑 인력을 고스란히 품은 잔뼈 굵은 회사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토종 기술로 클라우드 시장의 선택지를 넓히고, AI 인프라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에이클라우드가 내놓은 첫 제품은 서버 가상화 솔루션 '클라우디아(CloudiA)'다. 리눅스 커널 기반 하이퍼바이저(KVM)를 토대로 설계된 클라우디아는 경량화된 구조와 간편한 설치·운영 방식으로 중소·중견 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최신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까지 가상화해 생성형 AI를 비롯한 고부하 연산 환경에서도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진 대표는 "클라우디아는 단순히 VM웨어의 저가형 대체재가 아니라 엔터프라이즈급 안정성과 장기 지원 체계를 갖춘 독자 솔루션"이라며 "기업이 이미 보유한 전산실이나 서버룸을 AI 데이터센터 환경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디아는 기술적 차별화도 두드러진다. 개방형 표준 아키텍처 기반으로 보안성과 확장성을 확보했고, IaC(Infrastructure as Code) 기반 자동 설치·구성 기능을 지원해 구축 속도를 크게 단축한다. VM과 컨테이너를 동시에 지원하는 컴퓨트 가상화(SDC), 방화벽·로드밸런서 등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정의하는 SDN, 그리고 고객의 데이터 관리 정책에 맞게 전통적인 스토리지 장비부터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 SDS까지 아우르는 통합 구조를 제공한다. 진 대표는 "불필요한 모듈을 최소화해 오픈스택(OpenStack)보다 설치·운영이 훨씬 간편하다"며 "벤더 종속을 최소화하면서 라이선스 비용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에이클라우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제품 라인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연동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시너지아(SynergiA)'를 출시한다. 기업이 운영 중인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단일 콘솔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비용 투명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2026년 상반기에는 AI 기반의 개발·운영 자동화 플랫폼 '제니아(GeniA)'를 선보인다. 제니아는 AI 모델 개발부터 테스트, 배포, 운영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GPU·NPU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원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AI 서비스 품질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시장 환경은 아이에이클라우드에 우호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2450억달러에서 2029년 390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9.8%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시장도 15%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진 대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국산 솔루션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아이에이클라우드는 최근 분당 신사옥으로 이전해 개발·고객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공공·금융·제조 등 산업별 특화 AI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나아가 리벨리온 아톰(ATOM)과 같은 국산 NPU와 협력해 추론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AI 주권' 확보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진 대표는 "국내 기업 상당수가 클라우드 인프라 취약성 때문에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모듈형 데이터센터와 AI 에지 어플라이언스까지 아우르며 대규모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중소규모 데이터센터 시장도 함께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기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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