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15일 제1공군사단 관하 비행연대를 방문해 공군 반항공전투 및 공습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월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개량된 신형 ‘반항공 미사일’의 ‘전투 성능 검열 사격’을 참관했다고 지난 24일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중통은 “8월 23일 개량된 두 종류의 신형 반항공미싸일의 전투적 성능검열을 위하여 각이한 목표들에 대한 사격을 진행하였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북한 매체가 ‘반항공 미사일’ 사격 사실을 공개한 건 두번째다. 앞서 김 총비서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자유의 방패’ 마지막날인 지난 3월20일 “최신형 반항공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며 “자랑할만한 전투적 성능을 갖춘 또 하나의 중요 방어 무기 체계”라고 자평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15일 공군비행연대의 반항공 및 공습 훈련을 지도했다고 중통이 지난 5월17일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미그-29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공중 표적을 격추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북한군의 ‘반항공’은 한국군의 ‘방공’(Air Defense)에 해당한다. 합동참모본부가 펴낸 군사용어사전에선 방공을 “대기권 내에서 적 항공기 혹은 적 유도탄이 공격을 감행해 올 때 공중공격의 효과를 무력화하게 하거나 감소시키는 데 필요한 아측의 모든 군사적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방공 무기체계는 대공포와 방공레이더, 땅에서 하늘로 쏘는 지대공 미사일(Surface to Air Missile). 전투기에서 공중 표적을 쏘는 공대공 미사일(Air to Air Missile) 등이 있다.
북한은 한국처럼 쏘고 맞히는 위치를 기준으로 한 지대공 미사일, 공대공 미사일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 언론은 지대공 미사일을 ‘고사 로케트’, ‘반항공미사일 무기체계’, ‘반항공 요격유도무기체계’ 등으로 부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15일에는 공군비행연대의 반항공및 공습 훈련을 지도했다고 중통이 지난 5월17일 보도했다. 당시 중통은 미그-29 전투기가 미사일을 쏘아 공중 표적을 격추하는 사진을 보도해, 북한이 최초로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 언론은 ‘항공 공격’ 같은 두루뭉술한 용어를 사용했고 공대공 미사일을 특정한 용어로 부르지 않았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성능을 개량한 두 종류의 신형 반항공 미사일의 전투적 성능검열을 위하여 각이한 목표들에 대한 사격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북한이 반항공을 강조하는 이유는 군사적 측면과 역사적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반항공 전력 강화는 핵무력 건설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는 핵과 운반수단인 미사일 관련 시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반항공 전력은 필수적이다.
지난 6월 이란-이스라엔 공중전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반항공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군사 시설과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제공권을 장악하며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시켰고 미국이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이란 핵시설을 전격 폭격하며 전쟁이 마무리됐다. 방공망이 붕괴돼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란과 달리 이스라엘은 저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과 탄도미사일 방어용 패트리엇 포대 등으로 꾸려진 방공망이 건재해 피해를 줄였다.
북한이 유사시 북한 주요 인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특히 평양 지역 방공망이 튼튼해야 한다. ‘2020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은 평양 지역에 중·고고도 표적 요격용 유도탄 체계인 'SA-2' 등 지대공 미사일과 고사포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대공 방어망을 겹겹이 형성하고 있다.
북한이 두터운 방공망을 건설한 것은 한국전쟁 때 겪은 폭격 피해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은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제공권을 장악했다. 미군은 전선의 군사목표뿐만 아니라 북한 후방에 있는 도시지역의 상업지구 주거지역까지 융단폭격을 실시해 북한의 전쟁 의지를 꺾어버리려고 전략폭격을 했다. 평양, 원산, 신의주 등 도심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벌여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북한 주민들은 낮에는 폭격을 피해 토굴이나 산기슭 동굴에서 지내다 밤에는 파괴된 교량과 철도 복구사업에 동원되느라 전쟁 내내 일상이 무너졌다. 북한의 생산시설,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이 폭격으로 무너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15일 제1공군사단 관할 비행연대를 방문해 공군 반항공전투 및 공습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지난 5월17일 보도했다. 북한 미그-29이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북한 방공망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촘촘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최신 공군력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 방공망이 1950~70년대 만든 낡은 옛소련제 방공 무기, 레이더, 전투통제 시스템으로 꾸려져, 한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F-22, F-35A), 첨단 전자전 공격기, 대레이더 미사일(레이더를 공격해 파괴하는 미사일) 등에 맞서기는 어렵다.
북한 전투기 성능의 한계도 뚜렷하다. 북한 공군은 미그-29 30여대를 빼면 미그-21, 미그-19 등 노후 전투기가 대부분이다. 미그-19·21은 1950년대 개발된 전투기로 21세기 항공전을 수행하기엔 너무 낡았다. 군 당국은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몇 시간 안에 한반도 하늘에서 북한 공군은 사라진다”고 자신한다.
북한이 제공권의 열세를 첨단 전투기 도입·개발로 만회하기는 어렵다. 북한에 첨단 전투기를 팔 나라가 드물고 팔겠다는 나라가 있더라도 북한이 사오기엔 너무 비싸다. 미그-29 전투기 1개 비행대대(20기)를 꾸리려면 최소 수억달러가 필요하다.
북한이 자체 전투기 개발에 나설 경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성공 보장도 없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설계·개발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한국뿐이다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해, 북한과 러시아의 첨단 방공 무기 군사협력이 쉬워졌다. 각종 미사일 개발 경험이 풍부한 북한 처지에서 가성비를 따지면 ‘반항공 미사일’ 개발 개량이 답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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